확대 l 축소

지역 골목상권 집어 삼키는 공룡 유통망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로 인해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절규하는 내용은 귀가 닳도록 들은 얘기다. 재벌 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침탈을 저지하는 영세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투쟁은 일상화된 일이다.

전주시의회는 지역 골목상권이 위협받는다는 이유로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재벌유통업체인 이마트가 문어발식 경영의 또 다른 형태로 노브랜드 전문점을 운영하며 전국의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전주시 송천동, 삼천동, 효자동 등 3곳의 입점 추진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이마트가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개조하거나 다른 대형 아울렛에 숍인숍 형태로 노브랜드 전문점을 교묘하게 출점시키고 있다”면서 “재벌유통업체가 이번에는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운운하며 마지막 남은 골목상권의 푼돈까지 빼앗아 가려는 야욕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브랜드 매장은 이마트 자체 상품이 70%를 차지하는 매장으로, 대형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과 유사하다. 이마트는 지난 4월 25일 효자동에 노브랜드 매장 개설예고를 했으며, 송천동과 삼천동에도 노브랜드 점포 입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신세계 등 우리나라 몇몇 재벌 기업들은 유독 내수 중심의 사업이 많은 편이다. 특히 내수경제의 핵심으로 불리는 유통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통공룡’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들 재벌 유통기업들은 그동안 타 기업에 비해 유독 강한 사회적 책임감을 부여받곤 했다. 한정된 자원과 좁은 국토 내에서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 지금의 반열에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국민들의 사랑 덕분에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하는 자리에 오른 만큼 앞장서서 내수경기 활성화의 선봉장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바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하게 이들 기업들은 입버릇처럼 내세우는 ‘상생’은 고사하고 몸집 불리기나 땅 장사 등에 급급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까지 정부는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한 각종 방안을 내 놓고 있지만 법은 잠시 뿐 이렇다 할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왔다. 공룡들은 교묘하게 얼굴과 이름만 바꿔 또 다른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거대한 포식자들의 탐욕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현재 국회에 올라와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여개에 달한다. 대체로 유통 대기업의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적·제도적인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사문화 되거나 흐지부지되기 일색이었다. 재벌들은 법 위에 있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새 정부는 재벌개혁을 화두로 삼고 있다. 새롭게 임명된 경제정책 관료들의 면면을 보면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 정부야말로 재벌개혁이란 말이 포퓰리즘 식 선언적 의미의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상생이란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관용을 베풀 때나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