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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조선소 중단, ‘말뫼의 눈물’을 기억하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이 지난달 30일자로 최종 중단됐다. 군산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전북지역 민·관·정이 모두 나서 ‘백약(百藥)’을 써 보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이후 지역경제에 몰아칠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송하진 지사는 군산조선소 가동 전면 중단과 관련 “심장이 멎은 듯 절절한 아픔을 느낀다”고 까지 표현했다.

역사는 쉼 없이 반복된다고 했던가. 지난해부터 쯤인가, 스웨덴의 조그마한 항구도시인 ‘말뫼’라는 도시가 ‘말뫼의 눈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부쩍 회자돼 왔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조선업계나 조선소가 있는 도시에서는 ‘말뫼’라는 도시가 꽤 알려져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2년 스웨덴 말뫼에 있는 코쿰스 조선소에서 해체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코쿰스 크레인’을 1달러에 구매해 울산으로 이전했다. 당시 코쿰스 크레인이 해체돼 바지선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을 스웨덴 국영방송이 장송곡과 함께 생중계하는 과정에 많은 말뫼 시민이 눈물로 지켜보아야 했다. 이를 두고 ‘말뫼의 눈물’이라고 한다. 20세기 초 스웨덴은 세계 조선업계의 선두였으며 그 중심에 있던 코쿰스의 파산과 크레인의 이동은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이 바뀌었다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스웨덴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한국 조선산업은 이후 10년 넘게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조선업은 한국판 ‘말뫼의 눈물’에 직면해 있다. 조선 1위 자리는 이미 중국에 내주기 일보직전이다. 조선 세계 1위 한국의 위상은 온데간데없고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어떤 분야에서나 영원한 1등은 없는 법이다. 산업 역시 시대에 따라, 국가의 경제 수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일본도 한때는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그 바통을 한국이 이어받았다. 이제는 그 물길이 중국, 인도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그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게 산업이 개편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대신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산업구조가 급속히 개편되고 있는 중이다. ‘삼성이 멈추면 전 세계 경제가 멈춘다’는 자부심이 우리에게는 있다.

코쿰스 크레인이 바지선에 실려 나가면서 눈물을 흘렸던 말뫼 시는 지금 도시재생을 통해 성공한 도시로 전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지속가능한 도시발전과 친환경적 도시건설은 모든 국가와 도시를 막론하고 이상적인 발전방향의 모델이 됐다. 조선업의 쇠락으로 범죄자와 실업자 급증, 부동산 폭락 등으로 급속한 인구감소와 도시몰락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이 도시가 세계적인 친환경도시로 극적인 변신을 이뤘다. 그 무엇이 말뫼시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는지 군산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조선소 하나 없어진다고 마치 군산이 당장이라도 폐허로 변할 것처럼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말뫼의 눈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군산시민들의 눈물을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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