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은 전북도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살리기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북에서 전국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낙연 총리에게 군산조선소를 살릴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지시함으로써 도민과 군산 시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군산조선소는 사실상 폐쇄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간부회의에서 “총리실은 산업부 등 관련부처와 함께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북·군산 지역의 충격을 완화하고 지역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지만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되돌리기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아무리 거대한 기업도 변화무쌍한 산업 트랜드에 편승하지 못할 경우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면서 핀란드 국가 경제를 책임지다시피 했던 ‘노키아’는 애플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속절없이 사라졌다. 가장 최근의 예로,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낸드 시장을 양분했던 일본 ‘도시바’도 지금 시장에 매물로 나와 노키아와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시장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어렵다고 눈물로 읍소하거나 인정에 호소하는 것은 순진한 어린애 같은 발상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국내 조선업의 대표적 투자 실패 사례로 남는 것 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며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도 1조원 넘게 들여 군산조선소 건설을 강행했다. 전북도나 군산시 등 역시 군산조선소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시작한 2009년부터 조선 경기는 지속 내리막을 걸었고 최근 완전 바닥을 찍으면서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에까지 오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불황기 무리하게 과잉투자를 벌였다가 결국 상투를 잡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산업 트랜드를 전혀 헤아리지 못한 결정에 대해 여러 억측이 난무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 와서 뒤늦게 과거를 운운해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 있고, 군산과 전북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절대 소흘하게 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군산조선소 당면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고 이에 합당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색이 개입하거나 적당히 밀실해서 타협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서는 더 큰 화를 자초할 것이다, 털어낼 것이 있다면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과감히 털어내고, 변신을 꾀해야 한다면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변화에 어떻게 순응하느냐가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