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동안 굳게 닫혀있던 성매매집결지 전주 선미촌에서 지난 11일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서노송예술촌 현장 시청’ 현판식이 그것이다. 굳게 빗장이 잠겨 있던 선미촌이 문화예술의 옷을 입고 시민 곁으로 다가온데 이어 이번에는 선미촌 관내를 문화 예술촌으로 탈바꿈할 전주시청 내 부서가 현장에 둥지를 틀었다. 선미촌의 대표적 건물로 꼽히던 4층짜리 건물이 ‘현장시청’으로 변신을 꾀하는 순간이다.
앞으로 시청 내 도시재생과 서노송예술촌팀 직원 3명은 이곳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게 된다. 이는 전주한옥마을 사업소를 시작으로 전주시가 그동안 주요 사업 현장에 설치한 ‘현장 시청’ 중 6번째인 셈이다. 서노송예술촌 현장 시청은 시민의 업무 편의와 행정지원을 위해 설치됐던 기존의 전주시 현장 시청들과는 달리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통한 선미촌 문화재생사업과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 수행에 집중할 계획이다. 성매매집결지에 시청이 설치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사례로 ‘환골탈태’란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전주시의 놀라울만한 발상의 전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선미촌 내에 현장시청이 설치됨에 따라 서노송동 문화재생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가 매우 크다. 앞서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지난해 10월 선미촌 내 폐공가 부지에서 성매매집결지를 문화재생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문화예술 행사로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은 국내 성매매집결지 정비가 주로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행해져왔던 것과는 달리 행정과 시민단체 등이 힘을 모아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사업이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은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인권·문화·예술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능전환을 통해 서노송예술촌으로 바꾸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이곳을 지역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정주형 창작예술공간으로 조성해 선미촌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 넣는 핵심문화거점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전주시의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선미촌에는 현재 25개 업소에서 50여 명의 여성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터전 삼아 생계를 유지해오던 여성들에 대한 생존권 보장 문제도 절대 소흘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그들도 엄연한 직업여성들이다.
전주시는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 설치나 직업훈련비 지원 등 몇몇 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와 오랫동안 격리돼 생활해 온 여성들이다. 임시 땜질식의 형식적인 지원이라면 그들은 또 한 번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가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온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