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청와대·국정기획위의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포함된 내용 중 주목되는 것은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이다. 특히 공수처를 연내에 설치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합의한 부분이 바로 ‘공수처’ 설치다. 공수처가 검찰의 거대한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에 거의 동의가 된 상태다.
역대 정권 초기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이 검찰개혁이었고, 방안으로 제시됐던 게 공수처 설치였다. 공수처는 기존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지면서 장·차관과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뇌물수수 등 비위행위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공수처 설치는 지난 1996년 YS 정권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에서 처음 거론됐다. 이후 DJ·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입법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여야 간 이견에 막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지난 2004년 11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공수처법을 마련했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공수처법에 위헌 소지가 있고, 검찰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검찰 조직 역시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국회에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신설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당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 4명이 모두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공수처 신설 분위기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200개가 넘는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 ‘국민’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이 내건 개혁의 중심에 있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수 있는 것은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국민의 힘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참여연대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에도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안이 3건 발의돼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입법화가 적극 추진될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우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를 ‘옥상옥’이라며 반대한다. 법조계 내부에도 공수처 도입이 근본적 해법은 될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국민의 뜻이다. 지금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적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우병우 황제 수사, 돈 봉투 만찬 사건, 정치 검사, 떡검, 물검’ 등등. 이 모두 대한민국 검찰의 얼룩진 현주소를 보여주는 말들이다. ‘무소불위’ 권력이 가져온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검찰이 제 소임을 다한다면 정치는 자연히 맑아지고 사회도 깨끗해진다. 구차한 변명이나 치졸한 세치 혀로 공수처 신설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개혁의 시작은 오물로 얼룩진 윗물부터 걸러내는 데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