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를 꿈꾼다. 이는 문화가 도시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도시들은 끊임없이 여행자나 외지인들을 유혹하기 위해 도시라는 공간 속에 뭔가를 채워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채워 넣는 게 억지가 많았다.
명품도시, 감성도시, 문화도시, 친환경도시…. 이름은 거창하다. 많은 도시들이 이런 걸 원하지만, 내용과 상관없이 남발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만 번지르르할 때가 많다. 기껏해야 새것이 헌것을 대신하거나, 혹은 맞지 않는 콘텐츠를 억지로 가져와 공간에 결합한 예들도 수두룩하다. 그건 교묘한 도시 포장술일 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국의 시·도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모든 자치단체가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문화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고, 문화도시에 대한 개념도 일반화되어가는 실정이다. 지역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비슷한 문화의 복제와 난립으로 오히려 지역문화의 색채마저 희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특성 있는 문화를 발굴하기보다 우수사례를 마케팅 하는 수준의 정책이 재생산되고 있는 수준이다.
전주시를 문화특별시로 지정하는 문제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주라는 도시에는 문화의 이미지가 아주 강하게 투영돼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도시 전체에 산재한 역사적 유물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주는 후백제 도읍지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가 아닌가.
김승수 전주시장은 최근 민선6기 출범 3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주문화특별시 지정 및 지원특별법 제정’은 전주를 한 단계 높이고 전북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라고 표현했다. ‘전주를 파리나 로마와 같은 글로벌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김 시장의 구상이다.
‘도시 클리닉’의 저자 티오도르 폴 김은 “도시를 구성하는 골목, 거리, 건물, 공원, 광장은 물론 거리의 가로등, 벤치, 심지어 쓰레기통도 그 지역만의 특성과 의미의 랑가주(언어)가 부여되어야 진정한 도시가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어느 장소나 이름이 어느 시대의 인물, 전통, 신화에서 유래되었다면, 그 사실을 증명하는 랑가주의 장소로 만들어져야 하며, 그런 장소가 많을수록 그 도시는 찾고 싶은 도시가 된다”고 얘기한다.
참신함은 엉뚱함과 상상력에서 나온다. 바탕은 바로 창조성이다. 그 지역만의 특성과 의미가 있다면, 이제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특정 공간의 가치는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데서 나오기에 하는 얘기다.
상상력은 지역의 역량이다. 때로는 기발하고, 때로는 발칙하기까지 한 상상은 자유롭고 소통이 잘되는 사회에서 더욱 확장된다. 윌리엄 쿠퍼는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했다. 스토리가 살아있는 곳, 상상이 살아 숨 쉬는 곳, 도시는 그 꿈을 만들어내야 한다. 역사와 문화라는 자산은 단순히 돈을 들인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전주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는 세계 그 어디에도 없다”는 김 시장의 자신감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