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민간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평화의 소녀상’들이 전국에 확산하고 있다. 취지에 공감한 지방자치단체나 일부 학교 등에서도 소녀상, 기림비 등을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소녀상 피규어, 팔찌, 뱃지 등을 구매하는 이른바 ‘착한 소비’로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익산지역 85개 시민단체와 기관 등으로 구성된 ‘평화의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도 평화의 소녀상 익산역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추진위는 “익산역은 젊은 청년들이 강제 징집돼 전쟁터로,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기 위해 열차에 강제로 태워진 민족 고난의 역사적 현장”이라며 평화의소녀상 익산역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시민들의 74.4%가 익산역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장소로 꼽았다. 그러나 코레일 전북본부는 고객들의 이동 동선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 세워진 소녀상 등 ‘평화비’는 총 68개에 이르고 있다. 도내에는 전주, 군산, 남원, 정읍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평화비는 국내에 국한 되지 않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3개소, 캐나다, 호주, 중국, 독일 등지에 각 1개소 등 총 18개에 이르며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 ‘소녀상’ 열풍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더욱 거세졌다. 당시 ‘최종적’, ‘불가역적’이란 표현과 함께 일본이 군의 관여와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위안부를 지원하는 한국 재단에 고작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2015년 말 박근혜 정부의 한일 간 위안부 협상은 ‘제2의 한일협정’이라고 할 수 있을만하다. 1965년 한일협정도 국민적 합의 없이 양국 정치인들이 밀실에서 야합한 결과여서 굴욕외교라는 비난을 샀다. 국민적 감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내각과 박근혜 정부 사이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는 일본 군국주의 세력과 한국 친일세력의 오랜 공생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단돈 5억불에 한일 과거사를 정리한 박정희나 10억엔에 위안부 문제를 합의한 박근혜는 그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두 부녀는 두 차례의 굴욕적인 조약을 통해 동족의 아픈 역사를 헐값에 팔아넘긴 셈이다. 50년의 세월을 두고 벌어진 비극적이면서 기막힌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소녀상 건립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올바로 교육하고, 미래에 동일한 역사적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이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전쟁의 심각성을 알고 진정한 평화의 의미와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자 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레일 측은 이번 익산역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보다 유연한 자세로 임했으면 한다. 이동 동선이 문제라면 이는 매우 지엽적인 것이다. 서로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문제다. 삭막한 익산역 광장에 평화의 상징물이 하나 쯤 들어서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