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정부 정책에 발 맞춰 ‘블라인드 채용’을 본격 추진한다고 한다. 추진 대상은 출자·출연기관과 시·군 등 52개소에 달한다. 이를 위해 다음 달 중 출자·출연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관련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블라인드채용 의무화’를 제시하며 ‘평등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332개 모든 공공기관은 이달부터, 149개 지방공기업은 다음달부터 블라인드채용이 전면 도입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블라인드채용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블라인드채용이란 공기업 채용 시 학력, 경력, 자격증, 어학점수, 해외활동 등의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요소를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인성, 업무와의 적합성 등만을 고려해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블라인드채용 전면시행을 발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학력을 포함한 스펙도 실력인데 그걸 보지 않으면 뭘 보라는 것이냐는 주장부터 블라인드 채용과 함께 실시되는 지방 공기업들의 지역 인재 채용 할당제를 비판하며 서울 소재 명문대 출신들에게는 ‘역차별’을 준다는 얘기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력과 능력을 무시함으로써 자유 시장 원리를 파괴하고 있다는 극단적 목소리도 나온다.
블라인드채용은 구인자나 구직자 모두에게 낯설고 불편한 일일 수 있음은 분명하다.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고, 물줄기가 새롭게 바뀌는 데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없을 수는 없다. 학력기재 자체를 금지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취업 준비생들의 생각은 처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소위 명문대 출신의 학생들은 취지 자체는 동감하지만 세부적 내용에 대해선 역차별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불만일 수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오래된 관행을 바꾸는데 그 정도의 불협화음이 없다면 그것 또한 문제다.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 중에 하나는 바로 ‘양극화’다. 소득과 일자리, 교육, 지역 등과 관련해 상하층 간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양극화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산출된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가치의 해체와 공정하지 못한 분배 문제는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나긴 정책 여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블라인드채용은 그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블라인드채용이 확산될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는 아마도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수저’ 논란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사라져야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정규직과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치원부터 시작된 사교육과 스펙 쌓기의 허망한 경쟁도 멈춰야 한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블라인드채용으로 불균형한 구조를 재조정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