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방분권시대 지역문화가 열쇠다’는 주재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방분권의 필수조건으로 지역문화의 발전을 꼽으면서 지역에 기반한 협치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문화 활성화과 문화분권 확립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위계적 전달체계를 협치형 협력체계로 혁신해야 한다는 데 토론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가 지향하는 문화특별시가 바로 문화 분권의 모델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성공사례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화의 중앙 집중을 분산시키고,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며, 지역별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문화 분권이다. 문화 분권은 또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주체적으로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스스로의 의미와 가치를 느껴 주인이 되는 그러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문화의 자치이며, 지역문화 주권의 회복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역 간 문화여건이 경제 격차 못지않게 벌어져있다는 데 있다. 특히 문화의 절대적인 서울 집중과 중앙 의존 현상은 문화 분권의 최대 장해요인이다. 서울은 권력과 돈. 사람과 기회까지 모두를 독점하고 있다. 문화 분야에서도 정책 결정권과 예산 편성·배분권 거의 대부분 서울이 갖고 있다. 아무리 좋고 많은 자원들이 배출된다 해도 서울로, 서울로 다 빨려 들어가기만 한다면 지방에는 남는 게 없다. 서울이라는 ‘불가사리’의 식욕과 탐욕에 맞서기가 버겁다. ‘서울 문화’만 남고 ‘지방 문화’는 퇴색해 버린다면 서울에 의한 지방 소멸, 즉 문화 독재, 문화 획일밖에 안 된다. 서울 문화 단색으로는 문화 국가라고 할 수가 없다.
각 지방 저마다의 특성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제 색깔과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는 너무나 쉬운 명제가 문화 분권의 기본이 돼야 한다. 그 전제는 돈도 나누고 힘도 나누는 것이다. 문화마저 서울이라는 블랙홀로 빠져버린다면 정말 지방은 없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서울뿐인데 문화마저 서울뿐이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아니, 그런 끔찍한 일들이 지금까지 자행되고 있으나 우리가, 지방이 무감각해 져 있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지방분권 업무를 담당할 김부겸 행자부 장관도 엄중한 시대적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지방분권에 대한 기대를 가질 만한 때가 되었다. 지방분권은 정치 분야뿐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어쩌면 정치 분야보다 문화 분권이 더욱 급한 것일지도 모른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이 문화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한다면 문화 분권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역문화가 살아야 대한민국 문화가 산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저마다 작은 문화 분권을 실천하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나라의 큰 정책 방향을 문화 분권으로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흔히 ‘문화의 세기’라 불리는 21세기에 문화 분권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