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5월 5일에 발표한 ‘어린이날 선언문’에는 어린이의 인격권과 행복권이 들어 있다. ‘어린이를 종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대우를 허용한다’는 인격권과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해 연소 노동을 금지한다’는 아동노동 착취 금지, ‘어린이가 배우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가정과 사회시설을 보장할 것’과 같은 행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어린이 권리에 대해 국제사회가 처음 관심을 표명한 것이 1924년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선언’이다. 우리는 그보다 1년 전에 어린이 권리를 주창했다. 주창자가 바로 방 선생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어린이는 방 선생이 꿈꾸었던 세계만큼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아동 학대’ 관련 뉴스는 이제 관심거리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아동학대가 그만큼 일상화됐다는 얘기다. 학대받는 아동의 행동 특징을 나타낸 표현 중에 ‘얼어붙은 응시’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이가 통증에 대해 무표정·무감동한 상태를 뜻한다. 그 모습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법이 강화됐으나 우리사회는 여전히 아동보호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매년 1만 건이 넘는 아동학대 사례가 접수되고 있으나 대책은 `사후약방문`격에 그치고 있다. 아동은 어떤 이유로든 보호돼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확대가 부족하다. 법은 강화했으나 인식의 변화를 이끌기에는 아직 노력이 부족하다. 더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학부모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요즘 각 지자체들이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요즘,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곧 지자체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전주시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주시의 노력을 국제기구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주시는 민선6기 공약인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전담기구를 신설하고 아동의 권리보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규정을 담은 ‘전주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표적 사례가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에게 따뜻한 아침도시락을 배달하는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과 도서지원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지헤의 반찬’, 여성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마음’, 아이들을 위한 자연 속 놀이터 ‘전주 아이숲’, ‘365·24 아동진료실’ 운영 등 아이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라는 가치를 담아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왔다.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대에 전주시의 아동 관련 정책이 전시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정이 담긴 모습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자라나는 어린이가 우리의 희망이며 미래임을 알리고 그들을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알려야 한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동학대에 대한 감시자가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