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노조는 이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받는 지성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지나친 이념성으로 대중에 외면당하면서 가입자가 급격히 줄었지만, 시대가 바뀌고 현실적인 문제로 눈을 돌리면서 다시 지지를 높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조 가입을 개인의 자유로 여긴다는 것이 상당수 노조 활동가들의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중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조가 있다. 바로 자동차 업계다. 유독 자동차사의 노조는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으며 ‘귀족 노조’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자동차사 노조가 외면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년 회사 사정과는 관련 없이 일방적인 요구 조건을 내놓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손쉽게 파업을 벌이는 탓이다. 수출과 내수, 생산 감소의 ‘트리플 악재’가 겹친 자동차 업계에 연쇄 파업의 그림자가 덮쳤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도 파업에 들어가면 현대·기아차 노조는 6년 연속이다. 한국GM 노조는 이미 지난 달 17일부터 부분파업 중이다. 회사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는데 노조는 제몫을 더 챙기겠다며 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은 132만여대로 8년 만의 최저다. 내수 판매도 78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줄었다. 자동차 수출을 선도하는 현대차의 경우 수출은 9.3%, 내수는 1.8% 감소했다. 사드보복 여파로 중국에서 60% 급감했고 미국에서도 7.4% 줄었다. 수출과 내수가 줄면서 전체 생산량도 7년 만에 최저 수준인 216만여대에 그쳤다.
사정이 이런데 ‘빅 스리’ 노조는 임금 대폭인상에 비상식적인 요구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 임단협에는 임금 15만 4883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외에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65세 정년 연장 등과 같은 황당한 내용도 들어 있다. 한국GM 노조 요구도 최근 3년간 2조원의 누적 손실에 ‘철수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무리한 것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투쟁은 이미 공신력을 잃은 지 오래다. 자신들의 자리 보존과 이익만을 위해 파업도 불사 않는 모습은 노동계조차 다른 세상 얘기처럼 듣곤 한다.
자동차노조가 기본급 인상에 성과급과 각종 수당까지 올려달라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을 때 한 쪽에서는 생계유지를 위한 최저임금협상이 진행됐다. 한 쪽에서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임금인상을, 다른 한 쪽은 회사의 사업이 하락세를 걸어도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노조는 사측과 싸워 권리를 쟁취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외부의 적이 몰려오는 지금, 진짜 적은 경쟁 업체이고 내부에 있다. 일찍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고통을 못 느끼고 죽어가는 개구리라니, 한국 자동차산업이 딱 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