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의원 재량사업비 관련 비리 문제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가 ‘필요 악’의 존재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량사업비는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취지에 맞게 제대로 사용된다면야 지역의 다급한 현안들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의원 개인의 사익을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항상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피 같은 세금을 자신들의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으로 전용하거나 개인 쌈짓돈 쓰듯 하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양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의원 재량사업비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오고 있으나 대다수 지방의회는 요지부동이다.
전북도의회 재량사업비 비리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전·현직 전북도의원 등 15명을 무더기로 법정에 세웠다.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위해 쓰여야 할 재량사업비가 사실상 의원들과 업자, 중간 브로커들을 위한 ‘눈먼 돈’이었음이 지난 9일 전주지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전주지검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뤄진 재량사업비 비리 수사와 관련, 전·현직 전북도의원 2명과 브로커 역할을 한 인터넷매체 전 전북본부장, 업자 등 4명을 뇌물수수와 변호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공무원 1명, 브로커 4명 등 11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공무원 3명과 전 도의원의 부하직원 1명 등 4명은 뇌물수수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수수 액이 적다는 판단 하에 기소유예 처분 됐다.
검찰 수사 결과 A 전 전북도의원은 재량사업비로 전주 시내 학교 6곳의 체육관 기능보강 사업 예산 등을 편성, 사업을 수주해준 뒤 브로커로부터 26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200만원, 추징금 2600만원을 선고받았다. B 전 도의원은 재량사업비로 전주 시내 아파트 8곳에 체육시설 설치사업 예산 등을 편성해 준 뒤 업자로부터 1540만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벌금 3080만원을 선고받고 1540만 원을 추징당했다.
통상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사례가 많지만 재량사업비 비리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번 기소 외에 다른 현직 도의원 3명과 전주시의원 2명, 브로커 3~4 명도 추가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원 재량사업비에 연루된 사람들이 의원부터 시작해 브로커, 업자, 공무원 등에 이르기까지 망라돼 있다. ‘악어와 악어 새’가 따로 없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것 같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의원들 탓으로만 돌려서는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수사과정에서 책임자를 밝혀내 일벌백계해야 함은 물론 집행부 스스로도 그간의 관행을 청산하고 규정을 보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지역 정치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주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