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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내는데 ‘준비’나 ‘합의’가 필요하다고?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논란으로 또 다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거의 신성불가침 영역에 가까운 종교인 집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다보니 시끄럽지 않은 게 이상할 것이다. 납세 의무는 교육·국방·근로 의무와 함께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신성한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유일하게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집단이 바로 종교집단이다. 그 어떤 법에도 종교단체에 근무하는 사람은 면세 대상이라고 규정돼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며칠 전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종교인 소득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당 의원들 일부가 발의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는 일도 벌어졌다. 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을 향해 온라인 등에서 “표를 의식한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황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이자, 더불어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하는 주요 이유로 과세 “당국과 종교계 간의 충분한 협의가 마련되지 않아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말하는 ‘충분한 합의’나 ‘준비 부족’이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인가. ‘공평 과세의 원칙’이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납세 의무를 이행하는 데 무슨 합의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공평 과세의 원칙과 국민의 납세 의무에 종교계가 예외가 돼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시내 노른자 땅 요지요지마다 마치 궁전처럼 위세 등등한 교회 건물을 보지 않았는가.

수년 동안 줄기차게 논의됐던 이슈를 ‘준비 부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인데 무슨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이 나라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 일일이 합의라고 했다는 것인가. 그런 식이라면 법이라는 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 삼척동자라 해도 그런 무지한 억지는 부리지 않을 것이다. 어디 김기춘·우병우 같은 무리들만이 ‘법꾸라지’인가.

표가 있는 곳이라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라도 뛰어 들어가는 것이 정치인들의 생리이다. 온라인 누리꾼들의 주장대로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기독교계의 환심을 얻으려는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종교계의 비위를 건드리고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이 나라 정치풍토이기 때문이다.

‘조세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 그리고 상식적인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김진표 의원의 종교인 소득세 과세 2년 유예 발의는 비상식의 지속을 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말아야 하고, 어느 누구에게나 평등하면서 공정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단언컨대, 납세의무에 있어서 성역은 없어야 한다. 어렵사리 사회적 합의를 이룬 종교인 소득세 과세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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