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서학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수료식 현장이 있었다. ‘서학예술마을 마을재생대학’의 수료식이 그것이다. 서학예술마을 마을재생대학 지난 5월부터 총 12주 과정으로 운영돼 이날 60명의 마을 주민들이 수료증을 받았다. 마을재생대학은 누구보다도 마을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을재생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한 주민협의체 구성의 첫 걸음이다.
한 때 빈민가에 가까웠던 전주한옥마을은 현재 1,000만 관광지로 ‘상전벽해’를 이뤘다. 덩달아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전국적인 주목도 받았다. 그러나 도시는 살아나는데 원주민은 내몰리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높아진 임대료나 매매가를 감당하지 못해 이주하는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원주민들은 대거 한옥을 팔아치우고 떠났다. 세입자들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내쫓기듯 나가야했다. 5~6년여 전만 해도 한옥마을 동문예술거리에 터 잡고 살았던 예술인들도 그중 하나다. 예술인들은 전주천을 사이로 한옥마을과 마주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술인들이 자리 잡은 곳은 서학동예술촌으로 거듭났고 전주의 대표적인 예술인 마을이 됐다.
전주시는 상생협의회 구성이나 협약 체결, 관련 조례 제정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대책에 행정력을 모아 왔지만 이 정책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뒷받침할 관련 법안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서학동예술촌에는 현재 도자기와 회화, 금속공예, 뜨개질 등 다양하고 크고 작은 공방 20∼30여 곳이 모여 있다. 전주시는 이곳을 미래유산 마을로 재구성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50여억원이 투입될 이 사업은 전주시의 ‘미래유산 마을 1호 사업’이다. 서학동예술촌 일대 20만 6,000여㎡에 산재한 유무형 자산과 각 건물에 얽힌 사연 등을 찾아내 이를 미래유산으로 재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서학동예술촌 재생사업은 전주시가 올해 내건 원도심을 아시아 문화심장터로 만드는데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된다.
미래유산은 시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이나 인물,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 자산 등을 보전·활용하고 미래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시민들이 지정하는 문화재다. 그런 의미에서 서학예술마을 마을재생대학은 전주시가 서학동예술촌 주민들을 미래유산 제1호 사업을 주도해나갈 마을전문가로 키워내기 위해 마련한 뜻 깊은 자리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환경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일부이다. 주거환경은 곧 행복의 기본요건이 된다. 여백은 곧 삶의 질이다. 숨 쉬기 편하고, 마음을 치유하며, 눈을 쉬게 한다. 자동차에 점령당한 거리, 산 바다 하늘을 가로막은 네모반듯한 아파트와 빌딩은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직선의 딱딱한 도시를 곡선의 부드러움으로 바꾸는 것, 느림과 여백과 여유…. 미래유산 마을은 그렇게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