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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종사자들 장애인 학대 외면 말라

영화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화를 담고 있다. 인권유린과 우월적 지위자의 인면수심, 솜방망이 처벌을 고발했고,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담아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장애인 및 아동에 대한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법인 일명 ‘도가니법’ 제정으로 이어져 사회적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수 년 전 전주 자림복지재단 장애인 성폭행사건은 ‘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며 전북지역 전역을 들끓게 했다. 자림복지재단 성폭행 문제는 수년에 걸쳐 전·현직 시설장들이 지적장애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으로 지난 2012년 7월 시설 내 직원 9명이 전북도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예나 지금이나 장애인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시설과 학교 등에서의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애인의 생활과 안전을 책임지는 복지시설이 되레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의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에도 전주시는 지역 내 한 장애인 복지시설 직원이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을 성폭행한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직원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장애인은 3명, 폭행을 당한 장애인은 4명으로 알려졌다.

오래 전부터 장애인 차별금지와 인권보장이 수없이 강조돼 왔음에도 장애인들의 인권이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보조금 횡령과 인권침해로 대표되는 장애인 시설의 반복되는 비리는 주로 가족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즉 비리를 저질러도 드러날 염려가 적어서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인권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친인척들이 이사진에 대거 포진하고 곳곳 요직에 올라 있는 경우가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은폐가 가능한 구조다. 일부 경영자가 복지사업을 돈벌이로 생각해 재산처럼 대물림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입소자 인권문제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다. 정부는 올해부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지역에 위탁·운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위탁 자격을 감사 대상인 법인에까지 문을 열어놓은 탓에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란 비판이 거세다.

시설 내 성폭력 사건이 지속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사회복지사 등 시설 내 종사자들이 불의를 목격하고도 이를 묵인·은폐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시설종사자들은 한번 찍히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고, 다시 취업이 어렵다. 억압적인 시설의 분위기와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누가 자신의 생존권을 담보로 불의를 보고 말할 수 있을 것이냐고 항변하고 있다.

따라서 시설 내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와 기타 종사자들의 인권의식이 무뎌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종사자들 스스로 불의를 목격했을 때 이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개혁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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