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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 재점검 해야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친환경농산물 제품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더욱이 ‘농업 민주화’의 원동력으로 알려진 한 살림생활협동조합(한살림)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마저 DDT 성분이 검출됨으로써 친환경-유기농 직거래 운동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생산자들과 소비자 간의 직접 연대를 꾀하는 한살림은 소비자들이 가장 믿을만한 생협 브랜드로 통했다.



70~80년대부터 화학농법으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식단을 마련할 수 없다는 자각이 한살림 조합의 창립으로 이끌었다. 철학과 생산 능력으로 무장한 한살림은 설립 5년 만에 전국단위의 조합으로 성장했다. 90년대부터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도 전개했다. 한살림은 폐식용유 재활용 가루비누 개발, 흙살림 연구 모임 창립 등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뿐만 아니라 생태 운동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 가며 청정함의 대명사로 통해 왔다. 그런 한살림에서 가장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육된 닭의 계란이 나왔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주기 충분하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친환경, 유기농 등 인증마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재차 대두되고 있다. 정부 인증마크는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이 특정한 기준에 의해 실시한 검사를 통과한 제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다. 소비자는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건강한 먹거리를 중시하는 풍조가 거세지면서 이런 친환경 농축산물을 찾는 사람이 최근까지 크게 늘어났다. 2016년 친환경 농식품의 매출액은 1조4723억원으로 전년 대비 8.9%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인증마크가 항상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면서 계란은 물론 친환경 딱지가 붙은 농축산물 전체에 대한 불신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상당수 소비자는 친환경 계란과 마찬가지로 다른 친환경 농축산물도 엉터리로 생산되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때 국가통합인증(KC)을 받은 제품이 포함돼 있었고, 지난해엔 KS 인증을 받은 전국 학교의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했다.



지난 1999년 도입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전담하던 업무를 2002년부터 민간업체와 분담했고, 올 6월에는 민간이 전부 넘겨받았다. 초기부터 민간 인증업체와 지자체 공무원, 농가가 뒷돈거래를 하며 무더기로 인증을 해주는 사건이 빈발했다.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 민간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셀프 인증’을 하거나 인증 취소 기간(1년)이 지나지 않은 농가에 재 인증을 해주는 등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친환경 먹거리의 안전이 농장주의 양심에 전적으로 좌지우지돼서는 말이 안 된다. 지난해만 해도 친환경 농산물 부실 인증으로 적발된 사례가 2734건이었다. 국민 먹거리 안전을 민간에 맡겨 놓고는 엉터리 감독하는 현행 친환경 인증 제도의 관리 방식을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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