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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조정 실패한 모델 답습은 안 된다

전 이사장의 사학비리 등으로 얼룩져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남원 서남대학교가 결국 폐교 수순을 밟는 모양이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학교 측에 사안감사 및 특별조사 결과에 따른 시정요구와 학교폐쇄 계고를 통보했다. 만약 다음 달까지 교육부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는 2차례 더 이행 명령을 내린 후 행정예고와 청문 등 관련 절차를 거쳐 12월 중 학교폐쇄명령을 할 방침이다.



서남대 설립자인 이홍하 전 이사장은 교비 333억원 횡령했고, 법인 이사와 총장도 관계법령을 위반해 학교 운영 전반을 걸쳐 편법적으로 운영해 학교에 다수의 피해를 입혔다. 2012년 교육부의 감사에서는 설립자 이씨의 교비 횡령 이외에도 전임 교원 20명 허위 임용, 전임 교원에 대한 연구실적 부당 인정, 부적절한 대학원 학사 운영 등 사례가 드러났다. 올해 특별조사에서는 교직원 임금체불액이 156억원에 이르고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채 257억원의 교비가 집행된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다. 학생 수도 감소해 저조한 학생 충원률로 재정악화와 학사운영 부실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부실 사학의 종합백화점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 국내 대학들은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부실 사학으로 찍힌 사립대학들은 하루하루가 고난의 형국이다. 정부는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실대학 정리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다. 당장은 2019학년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대학 지원자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대로라면 2020년 이후엔 각 대학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하는 기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에 어떤 식으로든 일정한 구조 조정이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비리 사학퇴출, 평가를 통한 대학 전반의 정원 조정만으로 대학구조 조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지는 의문이다. 2015년 이뤄진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13개 대학이 최하위 등급을 받고 재정 지원 사업과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았지만 이 가운데 2개 대학 외에 폐교 절차에 들어간 대학은 없다. 게다가 부실 대학의 자진 퇴출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이달 초 서남대 폐교를 공식화하면서 비리 사학 재산의 국고 환수를 위해 사학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실대학의 자진 퇴출을 유도할 수 있는 특례조항 도입에 대한 입장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비리 사학을 폐교하는 것만으로는 대학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패한 모델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과거에는 대학이 규모중심의 양적팽창에 중점을 맞췄지만 이제 대학 정원수를 줄여 특성화를 중심으로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학원 위주의 교육과 특성화 사업의 성공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적 팽창에 성공한 사례를 있다는 점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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