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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방송 권력 장악에 혈안이 된 '공범자'들

요즘 한창 뜨는 영화 ‘공범자’들은 MBC와 KBS가 공영 방송의 역할을 저버리고 권력에 기대 대중들을 어떻게 기만했는지 고발하는 탐사저널리즘 영화다. 지난 9년간 공영방송이 권력의 홍보기지로 전락해간 과정을 그린 영화 ‘공범자들’은 개봉 12일 만에 15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범자들’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권력과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언론인들의 첫 충돌이었던 2008년 KBS 8.8사태에서 시작한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여론이 등을 돌리자 MB정권은 언론이 문제를 부풀려 이같은 위기 상황이 왔다고 판단하고 노골적으로 언론 접수 공작을 시작했다. 그 첫 점령지가 KBS였다. KBS 구성원들은 MB 정권의 낙하산을 막으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KBS 이사회는 해임 결정 당일 경찰 투입이라는 초유의 강수를 두었고 기자, PD 등의 격렬한 저항으로 큰 충돌이 빚어졌다. 이 사건이 바로 KBS 8.8 사태다.



KBS의 무너져가는 과정을 들춰낸 ‘공범자들’의 카메라는 2년 후의 MBC로 이동한다. MBC 구성원들은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고 방송을 검열하는 경영진에 맞서 170일이라는 대한민국 언론사 최장기간 파업을 벌였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마이크와 카메라를 빼앗겨버린 인력은 무려 200여명이었다. ‘공범자들’의 필름에는 언론 장악 피해자들의 처참한 감정이 농축되어 진한 색깔로 묻어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망가졌던 공영방송을 되살리기 위한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KBS와 MBC가 4일부터 전면파업을 시작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2012년 이후 5년만의 양대 공영방송 동시 총파업이다. 양대 공영방송 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방송은 멈추고 있다.



MBC에 이어 KBS 기자와 PD들도 “지난 정권 하에서 신뢰를 잃은 공영방송 저널리즘을 다시 세우겠다”며 제작거부에 돌입한 상태다. KBS와 MBC에서 일부 뉴스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파행을 빚었다. 주요 프로그램이 줄줄이 결방되는데도 공영방송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유례없이 뜨겁다. 지난달 2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시민 3500명이 참여해 공영방송 파업을 응원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06년 31위를 기록한 이후 2013년 50위, 지난해 70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와 보도를 했거나, 시도했다는 이유로 취재·보도현장에서 쫓겨난 언론인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이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자유지수를 2020년까지 30위권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부당 해고와 징계를 당한 언론인에 대한 복직과 명예회복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언론개혁에 대한 역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헤아리길 바란다. 한쪽 눈만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이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개혁은 어느 정부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시도가 불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최종적 목표가 설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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