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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기관장 자리는 선거 전리품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가 선거 전리품으로 취급되거나 혹은 혈연·지연·학연 등에 얽혀 만들어지는 ‘낙하산 인사’는 반드시 도려내야 할 고질병이라는 점은 만인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한때 유행했던 ‘영혼 없는 관료’라는 말은 정권이나 해당 분야 최고 권력자에 따라 휘둘리는 한국 관료의 현실을 한탄한 자조였다. 관련 기관의 직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과 관계없이 권력자가 특정인을 중요 보직에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는 저급한 한국 정치·관료집단의 민낯이다.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기관의 업무에 해박하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여야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불편한 진실이다.





낙하산 인사로 인한 기관장 임명은 공공기관의 부실과 방만 경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기관장 하나 잘못 들어오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조직은 그 길로 멍이 든다. 경쟁력을 잃고 만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올 연말까지 전북도 공기업과 출연기관장의 대폭의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송하진 지사가 학연과 지연 등을 배제한 ‘실력중심’ 인사 기준을 천명하고 나섰다. 올 하반기 도 기관장 인사 대상은 전북도립미술관장, 전북연구원 원장, 도생물산업진흥원장 등 총 8곳에 달한다.





송 지사는 실·국장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하반기 임기가 마무리되는 공기업 등 기관장 인사를 학연과 지연 등 인맥 중심의 기관장 인선을 철저히 배제하고, 투명하고 종합적인 실력을 우선한 채용절차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지사는 “기존 인사 방침과 마찬가지로 친분을 내세우거나 학연, 지연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능력 중심의 기관을 이끌어나갈 종합적 능력을 갖춘 인물 찾기에 해당 부서가 준비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인사담당 부서도 전문가 집단을 최대한 확보하고, 각 기관장 후보자들과의 학연과 지연 등을 배제시켜 채용 위원을 선발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당하면서도 지극히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역으로 말하면 그동안의 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인선 과정에서 후보검증 작업이 따르지 않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요식행위였을 뿐 공공기관장 자리를 선거 전리품처럼 이리저리 갈라 주며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의 수단으로 써먹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지 선거 공신이라든가, 혈연·지연·학연 등과 연계된다는 이유만으로 부적격자를 공공기관장에 앉히는 악습이 되풀이돼 왔다. 이런 악습 때문에 인사에서 배제되거나 탈락된 공신들은 흔히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들먹이지만, 그것은 결코 배신이 아니다.



권력의 주변을 맴돌며 치부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사람이나 권력을 특권으로 여기는 사람들 모두는 이 사회를 좀먹는 위정자들, 사이비 야바위꾼에 불과하다. 이들이 공직사회에서 설친다면 그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이다. 우리는 낙하산 인사를 ‘적폐’라고 규정하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새 정부의 약속을 기억한다. 이젠 제발 낙하산 인사를 끝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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