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선택이 아니다. 인간다운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필수 사항이다. 국내 지자체들이 인권행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지만 여러 방향에서 지역사회 안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차별 금지나 권리 구제 등과 관련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잦은 충돌이 빚어지곤 한다. 공론화만 해놓은 채 인권위원회 회의를 시늉만 하는 지자체도 없지 않다.
국가인권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2001년 11월 출범했다. 인권위는 입법·사법· 행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국가기구로, 권력이 저지르는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구제한다.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고, 법적 효력은 없지만 시정권고 등을 내릴 수 있다.
인권위는 노무현 정부에서 꽃을 피웠다. 사형제 폐지, 집회·시위의 자유 보호, 공무원 및 공기업 채용 나이차별 개선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권고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인권위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정권 초기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바꾸려 시도했지만 인권단체 등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인권위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활동 자체를 억눌렀다. 박근혜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논란이 되는 인사들을 위원장과 인권위원에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인권위의 힘을 뺐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전북도의회가 도민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국가인원위원회 전북지역사무소 설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2005년 영남권의 부산과, 호남권의 광주를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를 설치하기 시작해 대구, 대전, 강원까지 설치가 된 상황이지만 누적된 인권 상담건수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전북에는 아직까지 지역인권사무소가 설치되지 않아 도민들이 인권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주장했다.
전북도내 인권관련 상담건수는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전라북도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210건에서 2014년 337건의 상담이 이루어져 60.4%의 증가를 보였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누적 상담건수는 총 2.585건으로 17개 광역지자체에서 경기와 전남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인권위 사무소가 없어 장애인 상담자 등이 광주광역시로 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지자체 인권제도 정착은 앞으로 자치분권 시대에 걸맞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 측면에서 강화돼야 할 사안이다. 새 정부도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를 천명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추락한 위상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다. 인권위 지침 이전에 지방정부가 인권도시로 가는 방안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실천할 때다. 제도적으로 지역주민 인권 향상과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근본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