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19 혁명, 5.16 군사정변, 12.12 군사 반란, 6월 민주화 항쟁 등 굵직한 사회적 격동기를 거치고 난 후 어김없이 헌법이 개정됐다. 올해는 지난 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개정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돌이켜 보면 87년 민주화의 열망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과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다시금 개헌 문제가 국가적 중대사로 떠올랐다.
지난 달 29일 부산을 시작으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가 전국을 순회하며 한창 진행 중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7일 전국에서 네 번째로 전북도청 대회의실에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500여명의 도민들이 몰려 헌법 개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개헌 논의는 대통령 탄핵이 촉발시켰다. 대통령 탄핵을 만든 힘은 다름 아닌 1700만 촛불이었다. 촛불혁명은 한국사회의 대대적 개혁과 개조를 요구했다.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 기대 속에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급부상한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여 만에 실시된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압도적 다수(응답자의 75.4%)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주역은 시민들이었지만 그 민주주의의 틀을 잡는 건 기득권 정치인들이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개헌들은 모두 정치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 개헌은 시대의 변화에 맞춘 민주주의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때로는 일부 세력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악법으로 변질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은 우리의 과거 역사가 증명한다. 그래서 진정한 민주주의적인 헌법 정신에 의거하는 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토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개헌운동은 촛불혁명에 의해 촉발되었으며, 새로운 헌법은 촛불혁명의 완결판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번 개헌은 국민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 없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이 위정자의 시혜나 온정의 산물로 주어진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 숨 가쁘게 진행될 개헌논의를 국민들이 주도하지 못하게 된다면 촛불혁명은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좌초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헌법을 손보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바로잡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고 국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전략과 전망을 바로 세우고 이를 새 헌법에 녹여내야 한다. 개헌이 권력을 연장하는 도구로서 이용돼온 과거를 반복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국민을 외면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다면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쪼록 이번 국민대토론회가 국민들의 여론을 담아내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