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매년 7월 21일부터 1주일은 ‘민족화합주간’이다. 이 기간 동안 각 지역사회와 사회단체, 학교 등은 각종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서로 다른 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고 민족화합의 중요성을 알린다. 싱가포르는 전형적인 미니형 다민족 국가다. 전체 인구도 400만 명이 채 안 된다. 이 가운데 중국계와 말레이시아계, 인도계가 각기 74.7%, 13.6%, 8.9%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타 민족들로 구성돼 있다. 언어도 영어, 한어, 말레이시아어와 타밀어 등 4개 국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각 민족은 당연히 전혀 다른 문화전통과 종교 신앙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계는 대다수가 불교와 도교를, 말레이시아계는 이슬람교, 인도계는 힌두교를 신봉한다.
다원화 된 민족구조는 싱가포르에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했다. 그러나 1965년 8월 독립 이후 반세기 동안 싱가포르에서는 민족충돌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장기간 실시해 온 통일적인 다원화 민족정책 때문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임 총리는 독립초기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계 나라도 아니고 중국계의 나라도 아니다. 인도계의 나라는 더구나 아니다. 싱가포르는 종합민족의 나라이다.”
싱가포르의 다원문화주의는 종교에 대한 관용과 자유에도 구현됐다. 1994년 싱가포르는 ‘종교화합성명’을 발표했다. 싱가포르인들은 매년 ‘종족화합주간’ 때마다 이 성명을 낭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통일적인 다원화 민족정책이 성공한 것은 바로 이상적인 국가 화합전략인 ‘하나’와 ‘다수’간의 균형을 잡아 국가 정체성을 형성함과 동시 민족문화의 다양성을 견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신자들이 교회 출석과 미사 참석을 꺼리고 절을 등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탈종교의 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절반을 넘는 56.1%나 된다. 10년 전보다 무려 9%가 늘어났다. 탈종교의 원인에 대해 어느 종교 학자는 절대적 믿음에 대한 회의, 시장논리의 종교 침투, 종교 의 상품화, 시민사회단체의 부상, 종교인에 대한 신뢰 상실, 종교의 사사화(私事化) 등을 꼽았다. 종교의 상업화, 특정인에 대한 우상화, 현세 기복화, 종교 권력화 등과 같은 비종교적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전북지역에서 4대 종교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가 마음으로 만나는 ‘2017 세계 종교문화축제’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전북지역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올해 세계 종교문화축제의 슬로건은 ‘마음을 듣다’이다. 현대인들은 과학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듯 ‘탈종교 시대’를 말하지만, 인간은 종교를 떠나 살 수 없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도 필요하다. 자기를 낮추며 상대방을 내 안에 들여 섬길 때 종교의 큰 가치인 존재의 생명성에 다가갈 수 있다.
세계 종교문화축제의 슬로건이 ‘마음을 듣다’인 것처럼 서로의 마음에 들어가 각기 ‘다름’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면 우리사회는 훨씬 밝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