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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립유치원 공존·공생의 길은 없는가

누리예산 문제로 한바탕 호되게 홍역을 치른 바 있던 교육계가 이번에는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국이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교육 문제에 관한한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서 한 치 예외가 없는 게 지금의 우리 현실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최대 규모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18일로 예고한 집단휴업을 일단은 철회하기로 했다. 집단 휴업 방침을 번복한 것을 두고 교육부와 한유총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 강행에 유감의 뜻을 밝히며 유치원 폐쇄 등 강력한 행·재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북도교육청도 도내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절차를 무시한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해당 유치원에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전북 도내 사립유치원 169곳 중 62곳이 휴업을 예정한 바 있다.





한유총은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우롱하고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했다며 맞서고 있다. 한유총은 누리과정 지원금 확대와 사립유치원 감사 완화, 국공립 유치원 확대 반대 등을 주장하며 휴업을 계획했다. 이에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면서 교육부와 협의, 휴업철회로 의견을 모았으나 한유총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투쟁위원회는 교육부와 합의를 뒤집고 집단 휴업 강행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유총 사무국은 한유총 전 회원의 의견이 아니라고 밝히고 대부분의 지회가 휴업에 참여하지 않고 정상 운영된다고 밝힘으로써 최악의 순간은 일단 면했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휴업과 사립유치원의 사익을 위한 휴업이라는 비난 여론 속에 한유총 내에서도 의견이 갈라지고, 교육부도 강경대응 방침을 정하면서 휴업철회로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이 예고한 집단 휴업의 시계는 여전히 계속 돌아가고 있다. 집단휴업이 현실화되면 그 불똥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번질 수밖에 없다. 국립유치원이 확대되면 사립유치원 경영에 타격이 올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 휴업 카드로 맞서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사립유치원도 엄연한 교육기관이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 당국 또한 휴업을 할 경우 강력한 행·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식의 원시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꼬인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영·유아 교육은 대부분을 사립유치원이 담당해왔고, 정부의 투자가 태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정부가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고 있다. ‘교육’과 ‘업계’의 생존권이 함께 얽혀 있는 복잡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사회 공론화과정을 통해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옳다. 이를 통해 공·사립유치원이 공존·공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누리예산 사태에서 보았듯 적어도 보육대란만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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