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는 알츠하이머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9월 21일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9월 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했다.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노인 치매환자 수 증가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치매환자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의 65세 이상 치매질환자는 2012년 54만755명에서 2016년에는 68만5천739명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전북지역도 지난 2012년 3만 828명이었던 치매노인이 지난해 3만7천625명으로 집계되며 5년 사이 22%가 증가했다. 전북지역에서 치매 질환자 실종 신고도 지난 2012년 260건에서 지난해 444건으로 급증했다.
치매는 한 번 걸리면 호전되기 어렵고 본인과 가족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 이는 고령화사회에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게다가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치매 환자를 돌보기 버거운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70대 모친을 수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해하기까지 했다. 지난 3월에는 70대가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은 독극물을 들이켠 비극적인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 18일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 환자 가족이 짊어졌던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지역사회 인프라와 건강보험으로 국가와 사회가 나눠지는 것이다. 올해 말부터 치매환자와 가족들은 전국 252개 보건소에 설치되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검진부터 관리와 의료·요양서비스 연계까지 맞춤형으로 지원받는다. 중증 환자는 전국 79곳으로 확대되는 치매안심요양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는다. 중증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은 10%로 경감되고 경증 환자도 혜택을 받도록 장기요양 등급이 확대된다. 국가가 치매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시행하는 것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고, 패러다임이 복지국가의 근본 원리 그 자체다. 치매는 이미 중요한 국가적 난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1명꼴로 치매환자이고 한 사람당 2000만원 이상의 치료관리비용이 들어가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질병이다. 당위성과 시의성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치매 예방·조기진단·조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마땅히 떠맡아야 할 책무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한다.
고령화사회 또 하나의 그늘이자 ‘재앙’이 된 치매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를 넘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됐다. 특히 ‘치매는 부끄러운 병’이란 그릇된 통념을 바로잡고,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절실하다. 정부는 치매 예방과 조기발견, 환자 가족 상담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