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도교육감이 학교 선도부 폐지를 거듭 지시했다고 한다. 김 교육감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학교 선도부가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며 여러 차례 폐지를 지시했지만 여전히 명칭만 바꿔 운영 중인 학교들이 있다”며 선도부 폐지를 권고했다.
아울러 일부 학교에서 선도부와 비슷한 성격의 집단을 학생규율부와 학생자치부, 생활지도부 등으로 명칭만 바꿔 운영하는 선도부 유사 기구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북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학생이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선도부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심의위는 “학생 생활지도는 교원의 고유 권한으로 이 권한을 학생선도부 또는 학생자치기구에 위임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규정한 바 있다.
중·고등학교 선도부는 흔히 학교 안 ‘작은 권력집단’으로 불린다. 선도부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국신민화 교육에 혈안에 돼 있던 일본 위정자들은 학교도 통치수단으로 생각해 선도부를 통해 어린 학생들을 통제와 굴종에 길을 들이려 했다. 일각에서는 학교를 황국신민화 수단으로 삼았던 일제 강점기 때 학생끼리 서로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했던 것이 이어져 왔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교육제도의 악습인 선도부 제도는 친일파 교사들에 의해 해방 뒤에도 고스란히 유지되고, 권위주의 정권과 군사정권의 영향으로 최근까지 유지돼왔던 것이다.
선도부는 교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에 대해 적발하는 것이 임무다. 지각, 무단외출, 복장단속 등을 적발하는데 학생들이 학생을 지도하거나 교사에게 데려가기도 한다. 선도부는 적발이라는 명목 하에 학생들의 물건을 압수할 수도 있고 외모를 적발할 수도 있으며 벌점을 받게 할 수도 있었다. 또한 학생들은 선도부를 겪으면서 ‘학생이 학생 위에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배우게 된다. 감시와 위계, 권력을 가르치지 않아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선도’라는 의미에서 너무나 멀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수-우-미-양-가’나 제일중학교, 동중학교, 서중학교와 제1고등학교와 같이 순서나 방위를 나타내는 교명(校名) 같은 것도 그렇다. 황국신민 정신을 주입하기 위해 시행하던 애국조례며 학교장 훈화, 일본식 군국주의 교육의 잔재인 ‘차렷, 경례’, 불량선인을 색출하기 위한 주번제도, 복장위반이나 지각생을 단속하던 선도부는 일제식민지 잔재인 것이다. 부끄럽게도 식민시시대 유습이 해방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교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학생이 학생을 지도하는 식민지 잔재는 마땅히 폐지해야 한다. 학생들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같은 기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 학생 생활지도는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등에 의해 교원에게 있다. 교원의 권한을 특정 학생 집단 또는 학생자치기구에 위임하는 것은 교권의 포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