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에 뿌리를 내린 대형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매각 혹은 철수를 검토 중인 탓에 전북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대상 업체들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익산 넥솔론, 한국GM, 하이트 전주공장 등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전북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전북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 가까이 된다는 점에서 도내 제조업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선박 수주난을 견디지 못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 6월 말 가동이 중단되고 도크도 폐쇄됐다. 이 여파로 협력업체 64곳이 문을 닫았고,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 48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세계적인 태양광발전 웨이퍼 전문기업이었던 익산 넥솔론도 지난 9일 공장 가동을 멈추고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장기적인 업황 침체와 중국 저가 태양광 업체들의 난립으로 지난 2011년부터 5년 동안 매년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2015년 8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총 4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한국GM 군산공장 역시 그동안 국내 시장 철수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풍전등화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한국지엠(주)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GM의 국내시장 철수를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하이트 전주공장마저 경영난을 이유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민들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하이트진로(주)는 적자 누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전주·홍천·마산공장 3곳 중 1곳을 매각하기로 공시했다. 그 중 전주공장이 유력시 된다고 한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매각 대상 공장을 결정하고, 이후 주관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초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꾼 조선맥주의 ‘하이트’브랜드를 탄생시킨 곳이 바로 완주 봉동의 전주공장이었다는 점에서 만약 전주공장이 매각된다면 도민들의 상실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최대 목적은 이윤추구다.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른 공장 철수나 가동중단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어렵다고 정치권이나 정부에 무작정 도와달라고 구호로만 외쳐 덴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는 얘기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 병이 든 근본 원인부터 찾아야 처방을 내리든 치료를 할 수 있는 법이다. 원천적인 문제 해결 없이 임기웅변이나 땜질식 처방으로만 일관한다면 말기 환자에게 잠시 생명만 연장시킬 뿐인 격으로 똑같은 문제는 언제든 되풀이될 뿐이다. 성과를 올린답시고 무턱대고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있는 기업들을 잘 관리하고, 이들에게 건강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치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