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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총장 블랙리스트 철저히 규명해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교육계 블루리스트 파문이 퍼지고 있다. 교육계 블랙리스트란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교수들이 국공립대 총장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청와대와 교육부가 개입한 의혹을 말한다. 대학을 길들이려고 총장도 정권 입맛대로 바꿔 임명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버금가는 국립대 총장 임용배제 명단을 작성했다는 주장이 최근 또 다시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각종 시국선언·정부비판 성명 서명, △노무현·문재인 지지, △정부의 교육정책 비판에 참여한 교수들의 명단을 취합해 총장이 장기 임용되지 않은 9개 국립대 총장 후보자와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교육부는 전주교대·광주교대·방송통신대·공주대 등 4개 국립대의 총장 임용후보자 1·2순위를 모두 임용하지 않았다.





전주교대의 경우 2014년 12월 간선제를 통해 총장 임용후보 1순위로 이용주 교수를 선출했다. 2순위로는 김우영 교수가 올랐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해 7월 특별한 이유 없이 총장 후보를 다시 선출하라는 공문만 보냈을 뿐 어떠한 후속 조치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주교대는 2015년 2월 23일 유광찬 총장 퇴임 이후 지금껏 총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주 교수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6·10항쟁 22돌 기념 전북지역 교수연대 시국성명, 김우영 교수는 2002년 노무현을 지지하는 전북지역 대학교수 191인 선언 등에 참여했던 게 당시 박근혜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에도 국공립대 총장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장기간 총장 공석 사태를 빚은 국공립대에서 청와대의 일방적 ‘임용 거부’ 전횡 때문이라는 증언과 폭로가 당시 잇따랐다. 전국국공립대교수연합회는 파행적인 총장 임용에 국정 농단 세력이 개입한 의혹이 짙다며 박영수 특검팀에 수사까지 요청하기도 했다. 행정절차법상 부적격 사유에 대한 설명은 당연한데 교육부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던 중 뒤늦게 교육부 고위 간부가 “청와대에서 오더가 내려왔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청와대가 정부에 비우호적인 후보들을 낙인찍어 임용 배제를 지시해 어쩔 수 없었다는 궁색한 변명이었다. 총장이 되려면 충성서약서를 쓰라는 압력까지 받았다는 폭로에는 참으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장차관급인 국공립대 총장은 공무원 신분이다. 대학이 직·간선으로 뽑은 후보 두 명(1, 2순위)을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이 한 명을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육계 블랙리스트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지식인의 책무인 정부 비판을 이유로 보복을 가하는 것은 치졸한 짓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장에 앉히기 위해 교육의 자주성 등을 보장한 헌법을 유린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반교육적 작태를 뿌리 뽑지 않으면 대학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한부 권력’이 능력이 아닌 정치성향 등에 의해 총장을 선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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