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넘실’, ‘사베’, ‘아톰’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이 생소한 단어들이 ‘엔’, ‘원’, ‘달러’처럼 ‘가치’를 담고 있다면 믿어질까. 이들이 바로 물질적 가치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교류라는 더 큰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란 지자체 지역교환거래망을 통해 지역 내에서 일정 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필요로 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지역자본의 외지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인 및 청년, 육아 등의 복지수당 등을 현금이 아닌 지자체가 발행한 상품권으로 대체 지급하는 방법으로 지역에서 다시 상품권이 유통되게 하는 구조의 시스템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지역화폐 사례로는 대전의 한밭레츠에서 통용되는 노동화폐인 ‘두루’가 있다. 노동이나 물건을 다른 회원과 거래하고 ‘두루’를 벌어 갚는 식이다. 당장 돈이 없어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다. 필요한 것을 나눔으로써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함께 행복을 누리자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다.
지역화폐는 기존화폐와 상이한 특성을 드러낸다. 기존화폐는 금융기관에 돈을 저축함으로써 가치가 불어난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정해진 사용 기간을 넘기면 화폐의 값이 깎이기 시작하는 ‘마이너스 이자’ 개념에 기반을 두고 유통된다. 이처럼 ‘축적’이 아닌 ‘교환’에 초점을 두고 있는 지역화폐는 ‘돈이 돈을 버는 불평등’을 야기하지 않는다.
지역화폐가 차단하는 불평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화폐는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자격조건 없이 획득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어 구성원 간 동등한 관계를 이끌어내는데도 기여한다. 노동시간에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는 지역화폐 시스템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에 상관없이 노동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해당 공동체 내에서만 사용된다는 특성은 공동체를 원활히 운영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지역화폐가 돌고 돌며 창출한 가치들은 외부로 흐르지 않고 공동체 내에 고스란히 머무르기 때문이다.
전북도가 지역화폐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56개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도내에서는 지난 2000년 ‘김제사랑상품권’을 시작으로 ‘완주으뜸상품권’, ‘임실사랑상품권’, ‘장수사랑상품권’ 등 4개 시군에서 상품권을 유통하고 있다.
지역화폐는 공동체의 생활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지역화폐의 존폐는 지역공동체와 그 맥을 함께하기도 한다. 서로의 삶을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없이는 지역화폐가 뿌리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동체의 흐름을 흡수해 변화해 가려는 지역화폐의 귀추에 주목해보자. 또 혹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지역화폐 공동체를 발견할 수 있다면 관심을 갖고 다가서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