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연금공단 국정감사가 19일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사에서 이뤄졌으나 이사장 대행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정감사를 받았다. 당초 국정감사 전에 이사장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선임 절차가 지연된 탓이다. 6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도 공석인 상황이다. 복지위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연금 관련 이슈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상적인 국정감사 진행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일 터였다. 국민연금공단은 국정감사 전에 이사장 선임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공단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작성한 ‘국정감사 수감 세부 추진계획안’은 새로운 이사장이 부임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사장 부임 즉시 국정감사 예상 쟁점과 답변 방향을 보고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문형표 전 이사장이 갑작스럽게 구속 수감되면서 불명예 퇴진하고 지난 10개월 이원희 기획이사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문 전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리더십 부재에 시달리던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이사장 선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국민연금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장 후보자를 3배수로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의 임명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종 선임이 지연되는 배경에 대해선 추측만 무성하다. 여기에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도 강면욱 전 기금이사가 지난 7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후 비어 있다.
반면 국민연금 관련 쟁점은 아주 많다.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두고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국민연금의 재정추계, 기금운용체계 개편 방향 등도 관심사다. 하지만 이사장 직무대행의 답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쟁점이 희석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난 16일 열린 중소기업벤처부의 국정감사에서도 장관 공석으로 ‘맹탕 국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새롭게 임명되는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의혹으로 고조된 국민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 600조원을 관리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 노후 자금을 활용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장기적인 기금 고갈 문제도 풀어내야 한다.
국민의 노후 설계를 책임질 차기 이사장이 누가 되느냐가 매우 중대한 일임은 두마할 나위가 없다. 그간의 이사장들은 정권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재벌과 권력의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것도 이사장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데서 비롯된 비극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국민연금공단의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인물 선임이야말로 국민연금공단에 지금 처해진 가장 절실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