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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경찰’로의 변신은 무죄다

경찰의 인권 침해 논란은 해묵은 과제다. 긴급체포 남용과 무리한 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 경찰의 인권 침해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부안여고 교사 성추행 사건 수사기록 유출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재심 등 경찰 인권 침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경찰 인권침해의 극단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숱한 의혹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재심 판결 전까지 일관되게 잘못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긴급체포를 남발도 경찰의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전북경찰의 긴급체포는 모두 225건, 이 가운데 이 중 141건(62.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13건만 영장이 발부됐다. 전체 긴급체포 사안 중 구속영장이 발부된 비율은 50.2%, 영장을 신청하지 않거나 발부되지 않은 비율은 49.2%였다. 2명 중 무고한 1명은 48시간 동안 구금됐다. 긴급하지 않은 사건에서도 수사 편의를 위해 긴급체포권을 남용해온 셈이다.





민생치안 현장에서 시민들과 늘 접촉하는 경찰 스스로 인권의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재인 정부 경찰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과 약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부패 권력에 부역했던 과거와의 단절이다. 경찰도 이에 발맞춰 ‘인권경찰’로의 변신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기존의 집회·시위 문화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파격적인 피의자 인권보호 조치도 발표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정권에서의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실시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어두웠던 과거와의 단절 의지도 밝혔다. 경찰의 갑작스런 변화에 뒷얘기도 나오지만 일단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경찰의 변신은 인권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속내를 부인할 수는 없다. 향후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음도 짐작 가능케 한다. 경찰의 치부로 지적돼 온 인권침해 시비를 선제해서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움직임이 보여주기 용이 아니라 근본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민생치안 현장에서 시민들과 늘 접촉하는 14만 경찰 개개인의 인권의식부터가 달라져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인권 친화적인 경찰을 언급했다. 경찰의 과거사 반성이 경찰개혁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권 등을 얻을 요량으로 반성과 개혁 ‘쇼’를 하는 것이라면 거센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열 명의 도둑을 잡는 것 못지않게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경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경찰에 그만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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