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이제는 한국GM 군산공장인가. 군산조선소가 문 닫은 지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GM의 ‘철수설’이 점점 가시화되는 모양이다. 군산지역은 물론 전북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수조 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와 판매 부진으로 철수설에 시달리는 한국GM을 돕기 위해 인천과 군산 지역 시민, 기업,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천에는 한국GM 본사와 부평 공장이, 군산에도 세단 크루즈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올란도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만약 한국GM이 철수하거나 공장을 폐쇄할 경우 해당 지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군산시는 지난 18일 한국GM 임직원과 배우자들과 함께 군산시 주요 거리에서 릴레이 홍보를 통해 쉐보레 판매 촉진과 공장 정상화를 다짐하고 시민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군산시는 또 최근 군산상공회의소와 함께 군산지역 내 한국GM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GM 차 사주기 범시민운동’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GM은 수 년 전부터 ‘위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요는 판매 부진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감에서 철수설을 일단 부인했다. 현 단계론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해명에 불과하다.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GM이 당초 2002년 옛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약속한 ‘15년간 경영권 유지’ 약속의 기한도 끝났다. 산업은행이 한국GM에 행사할 수 있는 특별 결의 거부권까지 만료됐다.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하고 싶어도 특별결의 거부권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이 방패막이가 됐던 상황이었지만 10월 이후에는 철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듯하다. 철수가능성을 막아보려 하지만 2대주주라는 한계로 인해 역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2조 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올해 역시 적자가 많게는 약 8천~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철수를 고려하는 한국GM 입장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내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GM이 철수하면 부평과 군산·창원·보령공장이 쑥대밭이 된다. 직간접 고용인원 30만명이 대규모 실업사태를 맞게 된다. 직접 고용하는 인원만 1만6000명에 이른다. 협력업체도 3000개나 된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연관산업 효과가 가장 크다. GM의 한국철수는 자동차산업의 생태계에도 심각한 재앙을 초래한다. 이 와중에도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일괄 인상과 정년 연장(61세) 등을 주장하며 파업을 결행해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철수의 명분만 살려주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외국자본이 떠나는 나라에서 일자리 만들기는 공염불일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환경 악화로 ‘탈(脫)한국’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