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과거 5년간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전수조사하고 비리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징계한다고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앙정부가 관리 운영하는 330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방공기업과 지방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채용비리를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채용비리 조사 대상 기관은 1568곳에 달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를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위한 ‘채용비리 신고센터’도 개설하기로 했다. 조사 과정에서 비리 개연성이 높으면 즉시 감사원 감사나 대검찰청 반부패수사부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잇따른 채용비리와 관련해 강력한 근절방안을 주문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최근 여러 공공기관에서 잇따라 채용비리가 불거져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가 강하게 대응하려는 것 같다.
최근 한두 달 사이 드러난 사례를 보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낯 뜨거울 정도다. 강원랜드, 우리은행, 금융감독원 등에서 정치인, 지역 유지, 고위 공무원, VIP 고객 등 유력 인사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 경영진에 가족이나 지인의 채용을 청탁,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청년 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은 9.2%, 청년 체감 실업률은 21.5%나 된다. 청년 실업이 이미 굳어져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이나 실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부르면서 청년들의 분노를 부채질한다. 공정성을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할 공공기관들이 입사자 선발에서 공정경쟁을 허문 것은 청년들의 출발선부터 어지럽히는 악행이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마저 채용비리의 온상이라면 우리 사회에 정의와 도덕성이 설 땅이 사라진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채용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공동체의 규칙을 파괴하는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 할 인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비리를 저지르면 결국 젊은이들에게 사회 불신만 심어줄 뿐이다.
대다수 공공기관은 고액 연봉에 다양한 복지혜택이 주어지고 고용이 보장된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이들 기관의 채용비리는 70만 청년 구직자들을 좌절하게 하는 현대판 음서제다. ‘백’으로 취업하는 것은 공정·정의사회에 반하는 범죄다.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친다니 다행이지만, 공언한 대로 채용비리 연루자를 빠짐없이 가려내 엄벌하기 바란다.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가 개입한 권력형 채용비리는 특히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름과 신분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법을 위반한 게 있으면 당연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로 인사비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