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Slow) 운동의 가치 확산을 위한 국제 학술행사와 시상식이 1일 전주에서 개막했다. 전주는 지난해 인구 60만 이상 대도시 중 세계 최초로 도시 전역이 슬로시티로 지정돼 국제 도심형 슬로시티 수도로 불린다. ‘세계가 묻고 전주가 답하다’를 주제로 오는 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자동차보다 사람, 콘크리트보다 녹색생태, 직선보다 곡선을 추구하는 전주시가 전 세계 슬로시티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한 첫 번째 국제대회다.
전주한옥마을은 지난 2010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퍼쓰(Perth)에서 개최된 국제슬로시티연맹 이사회에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로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 133번째, 국내 7번째로 국제슬로시티로 확정됐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확산된 슬로푸드 운동이 있다. 너무나 산업화해 가고 ‘빠른 것이 곧 바른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음식 먹는 시간까지 아껴서 생활해야 한다는 사회 흐름이 패스트푸드라는 음식까지 탄생시켰다. 때문에 조금 느리더라도 진정한 음식의 맛, 요리하는 사람의 실력과 정성, 철학 등을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운동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다. 이 운동이 더욱 발전해 1999년 10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그레베 인 끼안띠에서 슬로시티운동이 처음 시작됐다.
슬로시티를 제대로 체험하려면 신발 끈을 느슨하게 풀어야 한다. 누구보다 앞서거나, “빨리, 빨리!”를 외치며 신발 끈을 묶을 필요가 없다. 슬로시티는 말 그대로 ‘천천히’ 걸으면서 더 많은 것을 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로시티마다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달팽이다. 느리기 때문에 세세하게 볼 수 있고, 느리기 때문에 마음으로는 더 풍족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슬로시티를 찾는 느림꾼들의 첫 마음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 선두 주자였다. 그 흐름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천천히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 성벽을 쌓을 때 돌을 대충 쌓으면 빨리 완성할 수 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한다. 우리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면 날림 공사를 피할 수 없다. 그 피해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다시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농촌의 촌스러움과 원시성·전통문화 등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러한 이미지를 간직한 슬로시티들이 약진하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후진성을 면치 못하던 지역들이 요즘 도시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것을 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시인들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공해에 찌들대로 찌들었다. 주말이면 도시를 탈출하는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마다 장사진을 이루는 풍경은 안쓰럽다. 슬로시티의 자연과 여유·전통 먹을거리야말로 그들에게 위안이다. 안 그래도 주어진 시간이 짧은데 스스로 채찍을 들어 재촉할 필요는 없다. 사람에게는 주어진 호흡의 수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 횟수를 다하면 생을 마감하는 거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호흡해야 그만큼 더 오래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