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가야역사는 온통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가야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옛 가야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풀리지 않는 가야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가야역사는 좀처럼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가야가 남긴 유물 가운데 가야역사를 올바르게 전해줄 수 있는 서적이나 명문(銘文)도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가야지역 옛 땅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고고학 발굴조사를 통해 기존 문헌사료들이 빠뜨린 가야사의 공백을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게 됐다. 가야의 유물 가운데 가야인의 생활상과 시대 변천과정을 어슴푸레하게나마 알려주는 토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옛 가야지역 고분 등에서 출토되는 토기야말로 가야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 동촌리 고분군에서 최근 가야 수장층의 무덤임을 알려주는 재갈 등 마구류(馬具類)와 토기류가 출토됐다. 이번에 조사된 고분은 남북 길이 17m, 동서 길이 20m, 잔존 높이 2.5m로 타원형태로 피장자와 마구가 묻힌 주곽 1기와 부장품을 넣은 부곽 2기가 배치됐다. 고분에서는 마구 외에도 목이 긴 항아리와 목이 짧은 항아리, 그릇받침, 뚜껑 같은 토기도 함께 출토됐다. 이번 토기류가 출토와 때를 같이해 장수군은 9일 제2기 ‘장수가야지킴이’ 발대식도 가졌다. 이들은 전북지역 가야문화유산 답사, 교육, 영남지방 가야문화유산 답사, 봉사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장수가야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북도 역시 예산 확보를 통해 가야문화단지 조성 및 관광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에 적극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대 가야사 연구 및 복원사업을 지방정책에 포함시켜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후속 대책의 일환이다. 현재 가야 문화 발상은 전북을 포함한 경남, 경북, 전남 등 도시와 맞물려 있다. 경남·경북의 가야 유적은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등재돼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가야사를 복원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전북만의 차별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의 기준 없는 가야 역사 복원사업에 매뉴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 복원 지시 이후 가야사 복원을 추진 중인 지자체는 남원시, 장수군과 김해시, 함안군, 창녕군 하동군, 밀양시 등으로 저들마다 앞다퉈 가야역사를 찾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른 바 가야사 복원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가야사 연구와 복원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보여주기 식 이벤트 사업에 골몰하는 지자체들의 행태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관광자원화를 겨냥한 무분별한 발굴과 정비 사업이 경쟁처럼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해당 지자체마다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 식 복원이 우려돼 자칫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가 마련한 지침을 토대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추진단을 구성해 가야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진중한 연구·복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