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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되는 전라감영 '박제된 기념물' 돼선 안 된다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공사’ 기공식이 오늘 옛 도청사 부지에서 열린다. 복원 공사는 8,400㎡ 면적에 총 84억원을 들여 2019년까지 선화당, 내아, 내아행랑, 관풍각, 연신당, 내삼문, 외행랑 등 전라감영의 핵심건물 7채를 복원한다. 축구장의 약 1.2배 넓이다. 전북도청사 이전과 함께 전라감영 복원사업 공론화가 시작된 지 12년 만이다.





전주시는 정통성과 역사성을 계승하고 갈수록 침체하는 옛 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2014년 복원을 결정하고 그 자리에 있던 옛 도청·도의회·전북경찰청 청사 등을 철거했다. 복원사업은 최근 철거작업이 마무리된 옛 도청사 부지에 전라감영 건축물을 재건토록 계획됐다.





시는 향후 전라감영 복원 재창조위원회를 통해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통일신라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흔적을 어떻게 조성해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복원될 건물 활용의 구체적인 방향과 콘텐츠의 내용에 대해 논의해 복원·재창조될 전라감영을 박제된 공간이 아닌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전라감영은 조선 태조 4년(1395년)부터 고종 22년(1895년)까지 500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다스려온 중심 관청으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갑오개혁(1895년)으로 팔도제가 폐지되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강제 철거 또는 소실되는 등 영욕의 세월 속에 지금의 모습으로 남겨졌다. 전라감영의 복원은 전북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손꼽혀 왔지만 후세들의 무관심 속에 그 우월성은 역사 교과서 속에서만 거론돼 왔다. 그런 전라감영이 숱한 우여곡절 끝에 재건사업에 닻을 올렸다. 전라감영 재건은 조선왕조 본향인 전주의 자존감을 복원하는 사업이자, 전라도 정도 천년 맞이 대표 사업이기도 하기 때문에 의미가 매우 남다르다.





전라감영은 여타 지역 감영과는 달리 조선 500년 동안 같은 장소에 존재했다. 감영은 조선조 전라도의 치소(지역의 행정 사무를 맡아보는 기관이 있는 곳)이자 수부(맨 처음), 호남의 상징이었고, 전체 조선 감영을 대표할 수 있는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전라감영의 복원은 잃어버린 호남의 자존과 긍지의 복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전라남·북도와 광주시 등 호남권 3개 시·도가 전라도 정도(定道) 1천년을 맞는 내년에 전라도의 영광과 삶을 기리는 전라도 천년 기념 7개 분야 30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식은 내년 10월 18일 복원된 전라감영 현장에서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라감영 복원이 단순한 옛 건축물 복원에 그친다면 자칫 생명력 없는 박제(剝製) 기념물이 될 우려가 높다. 대구 원주 등 옛 감영도시의 복원된 감영들이 인적이 드물고 한적해 박제화 돼 있기도 하다. 전라감영 복원도 그를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 복원된 전라감영이 박제화 된 기념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전주시민들이 북적대는 삶의 터전 일부로 기능해야 할 것이다. 전라감영의 우월한 상징성은 전북의 자존심으로 제자리 잡아야 하고, 전주시는 감영 복원과 함께 연계사업 등을 통해 낙후된 구도심 지역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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