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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 담보한 언론 ‘재갈 물리기’ 누구를 위함인가

익산시의회가 개정한 일명 ‘언론조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언론계는 물론 시민단체까지도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익산시의회는 지난 10일 송호진 의원이 발의한 ‘익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 조례는 언론매체가 보도 이후에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해당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결정이 단 한차례라도 내려질 경우 1년 동안 익산시의 홍보비를 지원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례가 발효될 경우 언론과 당사자 간 분쟁에서 언중위의 조정을 거쳐 정정보도를 하게 되면 시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익산시민과 익산시 관내 관공서, 익산시 소재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한 보도까지도 시의회가 조례를 바탕으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민들의 알 권리마저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익산지역 언론은 물론 전북기자협회도 ‘언론 재갈물리기 조례’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기자협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익산시의회가 통과시킨 ‘익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언론 재갈물리기로 규정하고 조례 공표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갈’은 말을 부리기 위해 입에 물리는 가느다란 막대다. 양쪽 끝에 굴레가 달려있어 여기에다 고삐를 맨다. 오른쪽 줄을 당기면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왼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돌아간다. 말을 기수의 의지대로 몰기 위한 유력한 장치가 재갈이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통용되던 방식이다. 그것도 강력한 총칼로 위협하며 소위 사전 검열을 실시하던 시대의 산물이다. 이 시기 언론이 얼마나 어려웠던가. 5공 정권은 홍보비와 기자처우 개선이란 당근과 사전검열과 해직이라는 채찍으로 언론의 독자성을 말살하는 언론 통제를 벌였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며 언론도 독재 정권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언론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공직자들의 뇌리 속에는 당시 당근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아가며 오히려 금권에 의한 언론의 통제는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언론매체의 사실적 주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반론보도·정정보도·추후보도 및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사건을 접수해 조정·중재하고, 언론보도로 인한 침해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로 요즘처럼 인터넷신문이 난립하는 상황에서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언론이 자유를 잃은 사회는 죽은 사회다’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사이에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게 하는 점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점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의도로 언론중재위를 이용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하여 좋게 해결하려하지 않고 무조건 법을 이용하려 한다면 이 사회는 한시도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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