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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대 총장 임용 구성원 의견 최대한 존중돼야

대학총장 한 명 임명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신성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일탈행위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이라는 말 앞에 ‘교육’이란 말을 붙이기가 참으로 민망스러울 정도다. “민주주의가 억압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져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려는 학교 시도에 항의해 지난 2015년 8월 스스로 몸을 던졌던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유서다. 그가 남긴 ‘무뎌졌다’는 말이 정권에 순치되거나 무기력해가던 대학 사회를 아프게 상징했다.





국공립대 총장 선출에 정부가 개입한 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1987년 민주화 열기 속에 여러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앞세워 재정지원 사업을 ‘당근’ 삼아 간선제로 유도하며 포기하는 곳이 늘었다. 나아가 박근혜 정권은 간선제로 뽑힌 총장 후보자마저 1·2순위를 뒤바꿔 임명하는가 하면, 뚜렷한 이유 없이 유력 총장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전국 국공립대 38곳 가운데 전주교대·공주대·광주교대·한국방송통신대 등 9곳이 현재 총장 공석 상태다.





전주교대는 33개월 째 총장이 공석이다. 전주교대의 경우 지난 2014년 12월 간선제로 이용주 교수를 1순위 총장 임용후보자로 선출해 2015년 1월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총장 임용후보자의 재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주교대로 보내 마찰을 빚었다. 그러던 중 교육부는 지난 6일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를 열고 전주교대 1순위 후보 이용주 교수와 2순위 후보 김우영 교수를 적격으로 판단했다며 수용여부를 내달 5일까지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겨운 줄다리기 끝에 가까스로 총장 임용에 대한 매듭이 풀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대학 내 구성원 간 내분이 표출되고 있다. 전주교대에서 총장임용 후보자 수용여부 합의를 두고 학생과 학교 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 측이 총장 적격 후보자 수용 관련 의견수렴을 일방적이면서 갑작스레 진행해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주교대 총학생회 등은 지난 22일 오전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적인 총장 임용절차를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총장임용 적격후보자 수용여부 관련 구성원 대표 회의에서 대학 측이 회의 목적이나 회의 안건조차 안내하지 않고, 당일이 돼서야 학생 대표의 참가 의사를 묻는 등 졸속 회의를 추진했다”고 비난했다. 총학생회는 “대학 측의 이런 행위는 학내 구성원으로서 학생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은 대학 측으로 넘어왔다.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야 할 지성의 전당에서 총장 임용 문제로 더 이상 시간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학문의 자유를 보장받는 가장 민주적인 장이 돼야 한다. 대학이 선정해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하루 속히 총장 임용 문제가 매듭지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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