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개월을 남기고 있는 3선의 이건식 김제시장이 집행유예 확정으로 시장직을 잃었다. 대법원은 29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시장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농가에 무상으로 가축 면역증강제를 나눠주는 사업을 벌이면서 단가가 비싼 정모(63)씨 회사의 가축 보조사료를 납품받아 시에 1억7천여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써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무소속 3선 연임의 기록을 썼던 이 시장은 그의 정치 인생 대미를 허망하고 비통하게 끝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사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단체장의 전횡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현직 단체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는 일은 결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불행이지만 그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민선 단체장들이 검은 유혹을 다스리지 못해 사법처리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들에게 거의 절대적인 권력이 보장되는데 있다. 현행 지방자치 관련 법규는 단체장들에게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대표권과 사무 통할권, 소속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또 매년 수 백억, 수 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집행권이 주어져 있다. 더욱이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르거나 선거법상 피선거권을 상실할 정도의 범법행위가 아니라면 4년이라는 절대적 임기를 보장받는다.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일을 저질렀다 해서 권한을 박탈할 수도 없다.
재정권과 공무원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단체장은 해당 지역사회에서 최고의 권력자이며 가히 제왕적 지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에 대해 견제 감시 기능을 갖는다고 하나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러다보니 단체장에게는 예산집행과 인사를 둘러싼 로비가 집중되며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자치단체장이 도중하차하거나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행정공백으로 현안사업들이 차질을 빚는가 하면 재보궐선거에 막대한 선거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지자체장의 비리는 고질병이나 다름없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이후 현재까지 중앙정치 못잖게 부패와 비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례적인 감시만으로는 지자체장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어렵다는 경험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불법정치자금을 뿌리 뽑으려면 정치자금법 등 제도 하나만 가지고는 한계가 분명하다. 과거 숱한 부패방지책이 모래성으로 끝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돈 선거로 인한 부작용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싹을 노랗게 만드는 중대한 사안임이 틀림없다. 지방정치의 병폐인 불법선거 비용 등은 곧바로 지방 살림의 피해로 연결된다. 결국 전면적인 국가개조와도 맞물린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풍토가 자리 잡기 위해선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고질적인 불법선거자금 운용을 차단하는 다양한 노력들도 있어야 한다. 자신이 뽑은 자치단체장의 타락상을 지켜보는 지역민은 결국은 피해자임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