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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천사'가 다니는 길은 아름답다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없는 천사’는 전국적으로 ‘얼굴 없는 천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선행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천사의 돈이 기적을 낳은 셈이다.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벌써 17년째 익명으로 남모를 선행을 계속하고 있다. 해마다 얼굴없는 천사가 나타나는 크리스마스 전후가 되면 언론과 시민들의 촉각이 온통 노송동 주민지원센터에 쏠려있을 정도다. 그동안 천사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값지게 써 달라며 소리 없이 건넨 성금만 자그마치 5억원에 육박한다.





전주시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천사의 거리인 아중로~제일고 정문에 이르는 260여m 구간에 보행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도로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오가는 길로 알려져 있다. 또 천사의 거리를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어 탐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거리의 담장에 아트 타일을 활용한 기억의 벽을 조성해 얼굴 없는 천사와 나눔의 이미지를 연출하기로 했다.





기부는 공동체에 사랑의 온기를 불어넣고 어려운 이들에게 삶의 활력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얼굴이나 이름, 나이 등을 드러내지 않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있기에 우리사회는 아름답다. 천사의 손은 깨끗하다. 부자가 장롱 속에서 꺼낸 뭉칫돈이 아니다. 천사의 뜻은 거룩하다. 오직 베풂이 있을 뿐 아무 조건이 없다. 메시지가 적힌 쪽지 하나를 남길 뿐이다. “추위에 떠는 이웃에게 전해주세요.” “지난해에는 경제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들 힘내고 새로 뜁시다.” “하늘에 계신 어머님 사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사의 존재에 감사한다. 그 편지에 적힌 사연에서 용기를 얻는다. 가진 것과 누리는 것이 많은 사회지도층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 얼굴 없는 천사는 행동으로 일깨우고 있다. 각박해진 세태라고들 하지만 이들의 선행은 세상이 아직은 메마르지 않았으며 공감과 나눔과 연대로써 얼마든지 삶의 희망을 키워갈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천사들의 선행은 결코 돈이 남아돌아서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들도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견디며 돈을 모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러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서 남몰래 선행을 베풀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도 좋지 않은 환경에서 일을 하며 먹을 것, 입을 것 아껴서 남을 돕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복지국가’를 말한다. 정부도 ‘능동적인 복지’를 국정지표로 내걸었다. 각종 사회단체에서는 어둡고 그늘진 곳을 보살핀다면서 모금도 하고 기부도 받는다. 그런데 정작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은 파악조차 못한다. 생색내기나 보여 주기 식 나눔 행사는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





전주시가 기념표지석이나 기부천사 쉼터를 설치하고 천사의 거리를 조성하는 등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는 어쩌면 그가 진정 바라는 바가 아닐 수도 있다. 선행은 선행으로 남게 하는 것이 그분을 위한 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화려하게 치장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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