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이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중 사고를 당하는 일을 예방하고 노동 인권 보장을 위해 현장 전수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점검 대상학교는 마이스터고(3개교)와 특성화고(26개교), 전문계학과를 설치한 일반고(12개교) 등 총41개 학교다.
이처럼 전수 조사에 나서는 것은 특성화고 현장 실습 학생들의 ‘근로계약서’와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이중 작성 문제, 교육 당국의 형식적인 현장 순회 지도, 취업률을 중시한 파견형 현장실습, 콜센터 근무자들과 감정노동자의 근로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이 수면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에서 현장실습에 나선 특성화고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은 직업학교 학생들이 실습이라는 미명 하에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참사다. 이 학생은 숨지기 전 “아직 밥도 못 먹었다”며 엄마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고 한다. 가족들로선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가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일해야 할 정도로 고달픈 청춘들의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월 전북에선 고객센터 현장실습생이 콜 수를 다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엔 서울 구의역서 현장실습생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그때마다 제도개선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은 들끓었지만 지나고 나면 그뿐이었다.
현장실습 환경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업체들은 실습생을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저임금의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노동력을 착취하는 도구쯤으로 여기는 반인권적, 반노동적 행태와 사고는 여전하다. 그만큼 장시간에 걸쳐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산업체 현장실습은 ‘미래 인재를 위한 현장학습 기회 제공’이라는 취지를 이미 상실한 지 오래다.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한 학교, 학생들과 가족들의 조기취업 열망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이 부리기 쉬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인력 확보 통로로 여긴 탓이다. 이처럼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직업계 고교의 취업형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금지시키기로 했다. 앞으로 현장실습은 ‘노동’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소를 잃고서라도 외양간을 고치겠다고는 하지만 ‘전면 금지’가 최선책인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말썽의 싹을 아예 잘라 놓겠다는 행정 편의주의 발상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정부가 실태조사 한 번 없이 불쑥 내놓은 결정이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는 우려가 무엇보다 높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어정쩡하게 수습되는 모양새로만 그칠까 봐 걱정들이다. 이번 조치가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기응변식이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학생들의 다양한 희망과 전공에 맞춘 안전하고 내실 있는 학습형 현장실습을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꽃다운 10대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