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자사고 폐지 권한 시·도교육청 이양 공론화 필요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지정·취소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주기로 하면서 교육계가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감 의지나 성향에 따라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더 늘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어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이 심화되거나 자사고가 없는 지역 엑소더스 같은 부작용이 예견된다는 것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정과 취소에 대한 교육부 동의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과 취소권한을 교육감에게 넘겨준다는 의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90조)은 교육감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지정취소하려면 교육부장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교육감 판단으로 지정 및 지정취소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조항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이 생기는 등 후폭풍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취소권한을 넘겨주면 대체로 진보교육감이 수장인 지역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사라질 것이고 보수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이들 학교 유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교육감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이 발생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교육부가 자사고 폐지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넘기겠다고 한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며 “지역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고 교육감마다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지역에 새로운 분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자사고 폐지 권한이 시도교육청으로 넘어온다면 교육감들은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행 지정 취소 기준 점수 60점(100점 만점)은 왠만하면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추진하는 자사고 폐지 방향은 흐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외고 폐지 문제는 현재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극심한 고교 서열화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사회 병폐인 건 분명하지만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행태는 제동이 걸려야 한다. 교육제도를 허무는 작업은 고통이다. 그 고통의 대상자는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지금의 혼란을 엄중히 인식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학교, 학부모, 학생, 교육청, 교육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 협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 공론화의 장부터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교육감들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뒷일을 책임질 보장도 없으면서 포퓰리즘 정치를 한다는 쓴소리마저 들린다. ‘자사고 폐지=일반고 부활’이라는 도식적인 해법에서 벗어나 일반고를 살릴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임기 4년인 교육감 이념 성향 등에 따라 교육행정이 널뛰기 하듯 우왕좌왕 한다면 교육 백년대계는 요원할 뿐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