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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간 통합, 정치공학 놀이에 빠지면 안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선언하면서 정치권이 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연한 각오로 국민의당 당 대표 직위와 권한, 모든 것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당 의원총회는 통합을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역시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민의당 분당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호남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할 경우 통합 찬성 의견이 우세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합 찬성이 나올 수 있지만 실제 통합 과정에서 호남 의원들과 더 큰 갈등이 빚어질 게 뻔하다. 안 대표의 전 당원 투표 제안 직후 호남 의원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통합 로드맵’ 추진 저지를 위한 집단 대응에도 나설 태세다.





현재 국민의당 소속 전북 국회의원 7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의 의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이 성사되면 일부 의원의 조기 탈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했다. 국민의당 의원 40명 가운데 지역구 국회의원은 27명, 이중 호남 의원이 23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선 이후 호남의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확 쏠리고 있다. 현 정부의 국무총리도, 청와대 비서실장도, 검찰총장도, 여기에 최근엔 한병도(익산) 정무수석까지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장·차관 인사에서도 호남 출신들이 대약진하고 있다. 국민의당 사람들이 ‘인사 폭탄’이라는 단어로 위기감을 표현할 정도다.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결심한 것도 이런 상황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벌써부터 통합 반대그룹의 신당 창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라 다급해진 상황이다.





다당제 국가에서 선거를 앞두고 당 대 당 협력이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좌·우 연정도 드물지 않다. 국내에서도 1997년 DJP 연합을 비롯, 2012년 총·대선 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가 있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합종연횡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





탄핵과 대선을 거치며 정치지형이 크게 달라진 만큼 정계개편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죽기 살기로 정쟁만 일삼던 양당 정치의 폐해에 대한 반성 촉구가 지난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준엄한 명령임을 망각해선 곤란하다.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을 노린 당리당략 차원의 이합집산과 자리보전에 급급한 정상배들의 부질없는 몸부림으로 유권자들을 기만하려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대의(大義)를 만들고 실천하는 일이다. 민주당 집권 저지와 당리당략만이 목표라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치공학일 뿐이다. 비민주당 연합이 나라를 더 잘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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