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에 이웃돕기 온정마저 얼어붙는 살풍경이 2017년 연말을 휘감고 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치이고, 각종 기부금 비리까지 횡행하면서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급격히 식고 있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절로 나온다. 씁쓸한 연말 풍경은 ‘사랑의 온도탑’에서도 확인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희망 2018 나눔캠페인’ 23일째인 지난 20일 현재 모금액은 1천396억원으로 목표액(3천994억원)의 35% 수준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캠페인 총 모금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2015년에는 캠페인 21일째 사랑의 온도가 47.3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22일째에 44.9도였다. 올해는 동기간 대비 30%가량 모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북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1월20일부터 시작해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되는 전북지역 나눔 목표액은 74억 6100만 원이다. 지난 21일 현재 23억 1200만 원에 머무르고 있으니 목표액 대비 31%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이 26억 400만 원으로 43% 수준에 이른 것을 고려하면 크게 부족한 액수다. 구세군 자선냄비도 전북지역에서 1억 원 모금을 목표로 지난 2일부터 14곳에서 모금을 시작했지만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금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 지원,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원, 불우 아동·청소년·장애인·노인의 생활 지원 등에 쓰고 있다. 기부금이 적게 걷히면 전국의 사회복지단체나 개인에게 이런 용도로 배정되는 지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시설 등 지정기부금 단체나 중소 규모 복지재단들도 올해는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후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기부 문화가 꽁꽁 얼어붙은 것은 기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탓이다. 특히 올해는 기부 분위기를 해치는 악재와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의 비리 여파로 여타 공익재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상황에서 지난 8월에는 한 아동·청소년 복지법인의 100억원대 기부금 횡령 사건이 불거졌다. 지난 10월에는 희소병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원을 챙긴 속칭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터져 기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길게 보면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성금 유용사건,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 사태 등 국가 근간을 흔든 대형 사건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반이 신뢰가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나눔의 의미 또한 더욱 소중해진다. 기부 참여는 십시일반의 나눔 실천이다. 기업의 고액기부뿐 아니라 소액의 기부도 의미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여유가 있어야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가 먹고살기 버거운 시절이라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가 쉽지 않지만 작은 정성이 모이면 이웃에게 쌀이 되고 연탄이 된다. 시름과 어려움에 빠진 이웃들을 위해 나부터 작지만 따뜻한 나눔에 나서는 시민 의식에 다시금 불을 지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