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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도 마르기 전인데…막 나가는 김제시 인사 행정

‘인사(人事)’를 거론할 때 귀에 지겹도록 들었을 금언 가운데 하나는 ‘인사는 만사다’라는 것이다. 인사에는 또 인사권자의 ‘인격’이 담겨 있다는 말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와 용인(用人)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화와 금언은 넘쳐난다.



역대 정부의 실패도 결국 잘못된 인사가 주된 요인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소영 인사’란 닉네임이 게딱지처럼 따라붙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첩 인사’로 임기 내내 비판의 대상이 되더니 결국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은 불행히도 이 같은 역사의 교훈을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기에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 말았다.





요즘 김제시 인사 행태를 보면 시대를 역류하는 구시대의 판박이를 보는 듯하다. 김제시는 전임 이건식 시장이 업무상배임협의로 지난 11월 29일 직위를 잃었다. 이 전 시장은 재임시절 각종 이권 개입과 인사의혹 등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만사’라고 하는 인사가 그 모양이다 보니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만무하다. 시장의 직위 상실은 시장 개인의 불행은 인과응보라 치더라도 김제시민들이 느끼는 수치심과 모멸감은 아직도 시퍼렇게 남아 있다.





사태가 이러한 판에 시장 권한대행이라는 사람이 호적에 잉크도 채 마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인사 내홍에 휘말리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행정지원국장과 의회사무국장을 맞바꾸는 초유의 인사를 단행하는가 하면 조만간 국장 2명이 포함된 TF팀이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의회사무국장 인사에 의장단의 동의 없이 의장 단독으로 동의해 준 것으로 알려지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의장 명의 추천서 사인이 위조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고참 공무원들은 매우 이례적으로 공로연수까지 거부하고 나섰다. 국장급 2명과 사무관 4명, 6급 1명이 연수를 거부했다. 이들은 전자문서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며, 개인감정 보복인사, 특혜 인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공로연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약 TF팀을 운영한다면 향후 삭발·단식투쟁, 시장권한대행의 직권남용에 대한 사법기관 고발 조치, TF팀 인사가처분 신청 및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또 “시청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인이 사전에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특정인을 승진시키려 한다는 과거 소문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김제시의 안정을 위해 도는 현 시장 권한대행을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리는 없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다. 하지만 진위야 어찌 됐던 전임 시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엎질러진 시정을 바로잡고, 흐트러진 민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쏟아 부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불미스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화무십일홍’이라고, 권력의 단맛은 유한하고 허무한 것이다. 권력의 단맛에 취한 자의 말로는 대부분 비극으로 점철된다. 바로 전임 이건식 시장이 훌륭한 반면교사가 아닌가. 인사를 잘 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수식어 같은 건 필요가 없다. 단순하지만 원칙적인 것들을 실천해 생활화 하고, 조직원들의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되는 인사가 진정한 ‘만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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