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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부모는 아이에게 재앙이다

부모의 학대로 어린 생명이 숨지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참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시 원룸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5살 고준희 양이 실종 27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은 연말연시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경찰은 친부 고모씨로부터 숨진 준희 양을 군산 야산에 버렸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수색 7시간여 만에 깊은 구덩이 속에서 싸늘한 주검을 발견했다. 유기를 숨기려고 치밀하게 알리바이까지 꾸몄고 ‘딸이 사라졌다’고 거짓 신고까지 했다.





이전부터 친부와 동거녀에게 폭행당한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친부와 그의 동거녀의 행동에 소름이 돋는다. 지난 4일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친부인 고씨는 준희양을 대신한 마네킹을 30㎝에 달하는 쇠로 된 자로 때리고 발목을 수차례 밟는 상황을 태연히 재연해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분노를 샀다.







준희양과 같은 안타까운 사례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앞으로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데도 사회적 시스템으로는 어쩌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는 현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정부가 아동 학대 대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그나마 취학예정이거나 취학 아동들이 대상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거나 일정기간 이상 결석하면 관계기관이 관리에 들어가는 이 방식은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준희양 처럼 수개월간 아무도 실종 사실을 모르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와 사회는 아동이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사회의 무관심과 안전망 미비로 어린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남의 집 가정사’로 여전히 사회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아동학대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10명 중 8명이 ‘친부모’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아동학대 건수도 매년 증가해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학대행위가 은밀하게 일어나는 데다 부모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동이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도 쉽지 않아 심각성을 더한다.





아동은 부모와 보호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자라는 점에서 아동학대는 심각한 범죄다. 준비 안 된 부모는 아이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결국 좋은 부모가 뒤기 위한 당사자의 책임과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모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아동이 입는 피해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예방책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이런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대 예방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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