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청각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는 누적 관객 수 460만 명을 기록했지만 그 영향력은 1천만 영화들을 훌쩍 넘어섰다.
2011년 이 영화가 개봉하고 대한민국은 장애인 시설의 비리와 인권 유린에 공분했다. 정치권과 행정 기관도 그 공분에 반응했다. “우리 사회에 절대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 기능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 말은 지난 2011년 10월 당시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도내 장애인 생활 시설장들과 함께 ‘도가니’를 단체 관람 하고 나와서 밝힌 말이다. 하지만 이로부터 불과 1년 후 장애 여성 수 명을 원장 2명이 수 년 간 성폭행한 전주 자림복지재단 성폭력 사건이 밝혀졌다. 자림원 관계자들은 김 전 지사와 함께 도가니를 보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주 자림원 성폭행사건은 자림원 생활시설 전 원장 조모씨 등 2명이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 여성 장애인 4명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른바 ‘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며 지역사회의 큰 파장을 불러왔다.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씨 등은 징역 13년과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자림복지재단은 이 사건 이후 법인설립허가 취소가 결정됐고 현재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재단 소속 전주자림학교도 폐교가 결정된 상태다. 현재 학교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을 제외한 28명이 인근 은화학교와 선화학교, 차돌학교 등으로 전학을 간 상태다.
일반인들의 뇌리에서 한동안 잊혀진 듯 했던 전주 자림학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전주자림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9일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가 폐교되면 아이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며 “비리 사학재단 소속인 학교는 폐교시키더라도 새로운 특수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강력 호소했다. 이들은 “왜 폐교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장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받아야 하느냐”며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전북에서 영화 도가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한국 사회 복지 시설은 자본주의가 만든 산물인 것 같다. 점점 복잡해지고 효율과 빠른 것만 찾는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불편한 존재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 이 사회가 함께 살 방법을 찾기보다는 이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행정에서 문제가 된 시설의 피해자들을 또 다른 시설로 보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돈을 주고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이 어떤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서 자립을 도울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그것이 더 빠르니까 그렇다. 복지 시설과 행정이 장애인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탈 시설과 자립을 위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복지 시설 인권 유린은 없어지기 힘들 것이다. 이 사회는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와 같이 사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속도와 돈을 중하게 여기는 시스템에서 복지시설 인권 유린은 같이 사는 고민이 없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