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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좀비'… 가상화폐가 뭐 길래

전국이 온통 ‘가상화폐’ 얘기로 시끌시끌하다. 너도나도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가상화폐 시장으로 블랙홀처럼 빠져들고 있다. 온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좀비’들까지 생겨났다. 직장인 뿐 아니라 취업준비생, 대학생, 주부는 물론 심지어 고교생들까지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과열을 넘어 가히 광풍의 양상이다. 경기침체로 안정된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한탕’에 기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진 우리 사회의 서글픈 단면이다.





급기야는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라는 초강력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래소 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 검토하게 된 것은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국제 시세보다 30~50% 비싼 ‘김치 프리미엄’으로 미국 가상화폐 정보업체가 가격 통계에서 제외할 정도다. 시장 규모도 코스닥을 능가할 정도로 커졌다. 누가 봐도 투기이자 거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상화폐는 내재된 실물가치가 없고 누구도 교환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새로운 상품이다. 이론적으로는 후속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가격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투자자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 풍조와 맞물려 투기 광풍이 생겨났다. 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20% 이상이 한국에서 이뤄지는 것은 분명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소한의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문제는 가상화폐를 ‘사회악’으로만 생각하고 거래소를 하루아침에 폐쇄하겠다는 정부의 마인드다.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정확한 시장조사와 규제를 만드는 것은 맞지만, 시대의 흐름이 탄생시킨 가상화폐를 하루아침에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더욱이 가상화폐 거래 시장이 ‘돈 놓고 돈 먹는’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질된 데는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로 방치해온 정부와 금융당국의 책임이 작지 않다. 경고음이 수차례 울렸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거래소 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 거론한 것은 ‘뒷북 대책’의 전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정상적인 가상화폐 투기에 대책이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버블 붕괴로 인한 개인 손실은 아무런 대책이 없어 뒤늦게 가상화폐에 발을 들인 개미들만 울게 생겼다.





우선 기존의 투자자들이 자산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단계별 출구전략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을 상대로 충분한 계도와 교육이 필요하고 적정선에서 가상화폐가 거래될 가능성, 또는 가상화폐 출현으로 인해 발전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법 등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상화폐 투기는 규제하되,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은 살리는 묘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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