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획정’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불거졌다. 지방선거는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가장 기본적인 선거구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미 법정시한조차 넘긴 채 오리무중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국회가 지방선거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3일까지 시·도 의원 선거구 획정을 끝내고 의원정수를 확정해야 함에도 결론 없이 회기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시·군·구 의원 정수마저 확정되지 않아 지방의원 후보등록일이 지척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광역의원, 기초의원이 몇 명이 되며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될지 몰라 혼란을 겪고 있다. 당장 오는 2월 3일로 다가온 선거비용 제한액 공고와 3월 2일 지방의회 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일정을 제때에 소화하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도 선거를 4개월여 앞둔 2월에 기초의원 선거구가 획정돼 혼란을 주더니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전북지역 시민단체와 군소정당 등 30여개 단체가 참여한 정치개혁전북공동행동은 지난 23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시한을 이미 넘겼고,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국회는 광역의회 선거구와 시도 의원정수를 아직까지도 확정하지 못했다”며 “전북도 또한 이를 빌미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놓고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선거구 획정은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선거구획정위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선거에서 선거구 획정은 가장 기본이지만, 선거구 획정문제는 매번 선거철만 되면 논란이 되는 사안이다. 정치인들의 목숨 줄이 걸린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파생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권자들이 후보 됨됨이와 공약을 꼼꼼히 따져볼 시간이 줄어들어 정치 신인들이 불리해진다. 국회가 시간에 쫓겨 선거구 획정을 졸속으로 처리할 경우 ‘게리맨더링’ 폐해가 재연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 예비주자들이 막판까지 출마지를 결정하지 못해서 생기는 혼란도 우려 가운데 하나다. 선거구 획정문제는 정치의 큰 틀을 바꾸고 정치인을 쇄신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온다. 이것은 여야 간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의 장을 새롭게 마련하고 제도를 재정비하는 일인 만큼 함부로 처리될 문제는 아니다.
선거구 획정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야겠지만 당리당략에 의한 졸속은 결코 안 되고,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새판을 짜는 만큼 정치인들의 정략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밀실에서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선거구 획정은 승복하기도 어려우며 민주주의 발전을 막는 대표적인 적폐일 것이다.
선거에는 2등이 없다. 승패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에서 정당 간 유불리가 있을 수 있으며 유리한 쪽은 지키려고 하고 불리한 쪽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기본은 공개와 투명성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