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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단체장 비리에 '풀뿌리'가 썩고 있다

건설사의 골프장 건설에 개입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송영선 전 진안군수가 경찰에 적발됐다.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뇌물수수 혐의로 송 전 군수에 대해 지난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 전 군수는 재임 시절 골프장 인허가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2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뇌물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사실로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불과 2개월 여 전에는 이건식 김제시장이 후배의 사료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로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직을 잃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지자체장의 비리는 거의 치유 불능에 가까운 고질병이나 다름없다. 자치단체장의 비위로 말미암은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져야 한다. 재·보궐 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행정 공백의 폐해도 잇따른다. 단체장이 직위를 잃으면 재임 중 추진하는 사업들도 동력을 잃어 흐지부지되거나 아예 없어진다. 구속이 되더라도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직은 유지하기 때문에 ‘옥중 결재’라는 사태도 빚는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려 행정 공백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자치단체장을 포함한 자치단체의 비리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토착비리가 생각보다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성년의 나이를 훌쩍 넘긴 역사를 가진 지방자치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방자치가 지역과 주민을 위해 봉사하기는커녕 단체장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자질이 부족한 정치인들이 선거를 통해 많은 권한과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단체장이 되는 풍토에 큰 원인이 있다. 현행 지방자치 관련 법규는 단체장들에게 자치단체에 대한 대표권과 사무 통할권, 소속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또 매년 수백억, 수 천 억 원에 이르는 예산집행권이 주어져 있다.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르거나 선거법상 피선거권을 상실할 정도의 범법행위가 아니라면 4년이라는 절대적 임기도 보장받는다. 반면, 이에 상응한 감시 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풍토인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단체장들의 비리와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와 시스템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데 있다. 전·현직 단체장들의 만연한 부패와 비리를 막지 못하는 현실은, 주민에게 선출권 말고는 다른 권리 행사가 봉쇄된 현행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상당수 제 구실을 못하는데다 심지어는 유착 의혹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니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중앙정부의 통제나 지방의회 견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단체장에 대한 감시는 주민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다. 비리를 저지르거나 무책임한 단체장을 주민들이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소환제 및 주민투표제등의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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