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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사소한 방심에서 시작된다

충북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여 만에 다시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수도 없이 제기되는 안전 불감증이 또 다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재난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를 실감나게 한다. 이번 화재는 안전 법규 미비, 허술한 방재 시설, 초기 대응 미숙 등 여러 허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에서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그동안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를 보면 하나같이 인명피해가 컸다. 1993년 충남 논산의 신경정신과 의원 화재에서는 34명이 숨졌고, 2010년 경북 포항시 노인요양센터 화재에서는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2014년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는 21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화재 원인의 공통점은 입원환자 대부분이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어려웠고, 불이 잘 붙는 가연성 내장재와 용품으로 건물 내부가 꾸며졌으며, 소방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한 실상 등이다. 이번 세종병원 화재참사에서도 수십 년 동안 지적된 문제점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특히 중소규모 병원의 경우 소방시설 기준이 미흡해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





세종병원의 경우 건물 면적 기준에 못 미쳐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연기감지기 및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팬 장치도 전무했다. 이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 작동됐다면 대형 참사는 예방됐을 상황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수용된 공간에 기본적인 소방안전시설이 없다는 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각 건물마다 좀 더 강력한 규제의 소방안전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하지만 건물의 크기나 면적 등 여러 가지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소방법이 적용되는 데다 건물의 불법 증·개축 등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개선책이 절실하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상주하는 병원의 경우 소방안전관리 기준이 더 까다롭게 적용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데다 안전관리 규칙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만연한 상태다.





대형 참사 때마다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공허하다. 재난은 호시탐탐 우리의 허점을 노리고 있고, 안전은 구호만으로는 지켜질 수 없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현재와 같은 소방법이라면 언제 어디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민들이 청와대에 소방법을 강화하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나 국회가 잠자고 있는 동안 다시 국민이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요양병원과 병원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화재 등 유사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참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앞장서야겠지만 개인들도 안전문화 실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재난은 사소한 방심에서 시작된다. 생명과 재산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안전의식을 하루빨리 뿌리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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